‘위드 코로나’ 시대와 의용소방대의 역할
‘위드 코로나’ 시대와 의용소방대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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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은 ‘제59주년 소방의 날’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용소방대에 입대해서 맞는 18번째 소방의 날이기도 하다. 소방보조단체인 의용소방대는 화재·구조·구급 등의 소방업무를 체계적으로 보조하기 위한 봉사단체다. ‘의용소방대’라는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소방조(1889), 경방단(1939), 소방대(1945), 방공단(1952)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역사와 전통이 오랜 봉사단체인 셈이다.

의용소방대의 존재가치는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 더욱 돋보인다. 1994∼2011년, 96차례나 산불이 난 울산 봉대산에서 ‘봉대산 불다람쥐’를 잡으려고 산불예방순찰에 매달린 것도 우리 대원들이었고,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에서 방재작업에 뛰어들었던 것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 대원들이었다. 2019년 9월 28일, 울산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스톨트 그로인란드’호에서 발생한 선박화재 때 소방차 45대와 소방관 120여명이 투입되어 18시간여 만에 진화했을 때도 우리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은 비상소집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들의 활동을 돕기도 했다.

의용소방대를 보통 화재와 구조, 구급활동에만 참여하는 봉사단체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실제 활동은 참으로 다양하다. 구조·구급 활동 외에도 전통시장 소방찻길 터주기,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등산 길목 안전 지킴이 활동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지역 축제 때는 안전요원, 여름철엔 수변안전요원이 되고, 취약계층을 위한 이사봉사와 명절 위문품 전달, 도시락 봉사에도 땀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용소방대 활동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부분의 활동이 축소 또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 안전 지킴이 소임에 소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도왔고,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취약가구에는 수제마스크를 만들어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완료율이 70%를 넘어서면서 ‘위드 코로나’의 문이 11월 1일부터 열린 가운데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선포한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데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에게는 치명적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다 해도 코로나 사태 이전의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 시기의 의용소방대 역할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특히 올겨울은 트윈데믹(twindemic)마저 우려되는 만큼 의용소방대원들은 코로나 백신과 독감 백신을 한꺼번에 맞아둘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 10월 6일에도 그랬듯이, 코로나 사태로 더욱 어려워진 혈액수급을 위해 헌혈 캠페인에도 꾸준히 참여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전통시장 화재예방순찰 때 방역활동도 같이할 필요가 있고, 소방안전교육은 비대면 사이버교육으로 대체할 필요도 있다.

‘Winter is Coming, A long night begins. (=겨울이 오고 있다, 긴 밤이 시작된다.)’ 얼마 전 방영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주인공 존 스노우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젠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올바른 손 씻기를 비롯한 생활 속 방역수칙 지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삼아야 하고, 마스크 쓰기도 상당 기간 계속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는 ‘위드 마스크’의 동의어나 다름없다.

전국 9만6천여 의용소방대원들은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방역 기본수칙 지키는 일에는 모두가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 머지않은 장시간 안에 소중한 일상이 다시 돌아올 것을, 우리 대원 모두가 확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현 울산 동부소방서 남성의용소방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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