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ㅡ8/김석윤
증거ㅡ8/김석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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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ㅡ8/김석윤 -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는 말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는 말

               이젠 믿기로 했네.

 

김석윤 시인의 디카시 '증거-8'을 감상합니다. 

사람의 내면에서 성품, 감정, 의사, 의지를 주체하는 마음은 자각하고 사유하고 거기에다 판단하여 자신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데 마음이 이겨내지 못하고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클까 알고도 남습니다. 

천 갈래 만 갈래 마음이 찢어진다는 고통을 시인은 오랜 가뭄이 들어 땅이 쩍쩍 갈라져 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 마음이라고 증거로 내놓았습니다.

땅이 저러한데 손바닥만 한 사람 마음이 저 정도로 갈라진다면 살아 낼 수는 있을까 싶습니다. 또한 이겨낼 수는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얼마 전 시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조건을 맞추다 보니 집에서 먼 거리가 되었고 코로나로 자주 면회가 되지 않는 곳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병간호를 해오던 시어머니께서 너무 힘들어 아버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지 않겠다던 요양병원에 결국 가게 되었습니다.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칠십 년 가까이 같이 지내온 남편을 그것도 아픈 남편을 혼자 병원에 남겨두고 돌아서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서글프고 목매인 소리로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고 하실 때는 얼마나 이겨낼 수 없는 애석함이 밀려왔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위로하는 한마디 그래 최선을 다했다. 5년 넘게 병간호했으면 되었지 더는 못하겠더라 너희 시아버지도 알겠지 하시면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최선이라는 말 그것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았습니다.

쩍쩍 갈라진 땅에 촉촉이 스며드는 단비처럼 시어머니의 최선이라는 말은 혼자 요양병원에 남겨질 시아버지도 혼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어머니에게도 촉촉이 스며드는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마음속에 살살 발라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최선이라는 연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한 일에도 최선은 찢어진 마음을 하루빨리 아물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석윤 시인의 디카시 '증거-8'을 감상하면서 최선으로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 마음을 위로받는 저희 시어머니가 생각나 한참이나 들여다보았습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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