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상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상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14 2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모두 일상이 그립다. 코로나19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모두를 지치고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피만 흘리지 않았을 뿐 전 세계에 걸친 치열한 전쟁이고 끝이 잘 안 보이는, 전쟁사에서도 보기 힘든 전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길고 짧은 전쟁 중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합쳐서 6년을 끌었고, 병자호란은 1년 넘게 이어졌으며, 6·25전쟁은 3년 전쟁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전쟁들을 치르면서도 사람들은 철철이 농사를 짓고 난장을 열었으며, 군인들은 틈틈이 휴전도 했다. 그러나 온통 일상을 빼앗겨 가며 온 국민이 2년 넘게 전면전으로 끌어가는 전쟁은 이번 전쟁이 유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말 중에 “학(瘧)을 뗐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몹시 혼이 났다는 뜻이다. ‘학질(瘧疾 : malaria)을 뗐다’는 말이고, 그리 오래된 말도 아닌 듯하다. 그야말로 학을 뗄 지경이 지금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질병에 대한 지식이 모자랐던 옛날에는 역병(疫病) 즉 돌림병을 모두 역신(疫神)이 하는 짓으로 여겼다. 그래서 역병이 돌면 이를 퇴치하기 위한 벽사(辟邪) 의식을 베풀었다. 신라 때 역신을 물리친 처용(處容) 설화가 깃든 곳이 우리 울산이기도 하다. 역신은 처용의 얼굴이 그려진 곳에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 뒤로 처용은 역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 주는 수호자(守護者)가 되었다.

학을 떼려고 신에게 기댈 수도 없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그렇다. 우리 앞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두 개의 징검다리, 바로 ‘방역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이 있다. 이 징검다리를 얼마나 질서 있고 안전하게 잘 건너느냐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수칙 준수를 통해 감염 가능성을 더 낮추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백신 접종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시 코로나19 확진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통계상 4차 유행기인 7월 첫 주부터 10월 첫 주까지 총 확진자 2천448명 중 928명(37.9%)이 20~30대로 집계되었다. 20대가 474명(19.4%)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30대가 454명(18.5%)이었다. 이어 40대 398명(16.3%), 50대 350명(14.3%), 60대 252명(10.3%), 10대 233명(9.5%)이었고, 10대 미만 201명(8.2%), 70대 72명(2.9%), 80대 12명(0.5%), 90대 2명(0.1%)이 그 뒤를 이었다. 20~30대가 많은 것은 이동이 많아 접촉이 많아지고 노출 시간이 긴 탓도 있겠지만, 백신 접종 순서가 늦어져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올해는 백신 구입비도, 예방접종을 하는 병원에 지급하는 비용도 전액 국비로 메우고 있다. 하지만 내년(2022년)부터는 접종 비용의 절반을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이 비용만도 시비와 구·군비를 합쳐 97억 원에 가깝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하고, 시민의 세금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예방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많은 외화를 들여 수입한 백신을 한 방울이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백신 접종에 힘입어 그리울 정도로 돌아가고 싶은 우리 모두의 일상이 점점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4분기 접종을 시작하는 12∼17세 학생들은 물론 18세 이상 젊은 성인들도 백신 접종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나 편견을 버리고 하루라도 빨리 접종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미 접종을 마친 부모와 형제, 친척과 이웃, 그리고 학교와 학원이 옆에서 제대로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백신 접종이야말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건너야 할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이기 때문이다.

여태익 울산광역시 감염병관리과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