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이재철
무소유  / 이재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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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이재철
 
가진 것 없으니

꼬투리 잡힐 것이 없다

 

TV에서는 연일 대선을 위한 날 선 목소리로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화천대유, 천화동인, 대장동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법조인과 정치인을 부모나 사부로 둔 5년 차 말단 대리가 퇴직금 50억 원을 챙겼다는 절대 신공 얘기가 들려오는데, 무심하게 가을로 깊어지는 계절에 이재철 님의 디카시 '무소유'를 만났습니다.

모든 콩을 떠나보낸 텅 빈 콩꼬투리에서 할 일을 다한 자유로움과 풍요가 느껴지며 가진 것이 없으니 전혀 꼬투리를 잡힐 일 없을 것 같습니다. 

무소유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본인의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은 더는 출간 말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유언을 남긴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입니다. 

그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목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입니다.

상대방을 해코지하거나 헐뜯을 만한 거리를 찾아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괴롭히는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보며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눈을 씻고 찾게 됩니다.

사람보다 돈을 소중히 여기고 신의와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번 돈은 반드시 되돌아와 자신을 옥죄게 될 것이라는 것을 부쩍 많이 느끼게 하는 요즘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는 소유에 대한 시끄러운 불협화음에 경종을 울리듯 하얀 눈이 가득 내려 모든 것을 덮는 듯한 이재철 님의 디카시 '무소유'를 읽게 되어 행복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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