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뭐?
지금 필요한 건 뭐?
  • 김규신 기자
  • 승인 2009.05.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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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터넷 및 IPTV 가입을 신청한 황모(여·28)씨. 업체로부터 인터넷 사용을 위한 케이블 작업일이 19일이라는 통지를 받고 직장 상사의 눈치를 무릅쓰고 조퇴를 신청, 자택에서 기다렸건만 정작 설치 기사의 대답은 엉뚱하다. 셋톱박스 재고가 다 떨어져서 21일이나 돼야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 “준비도 안 됐으면서 왜 일정을 잡는거야?” 화는 나지만 며칠 못 참겠나 싶어 다시 21일까지 기다린 그녀. 다시 기사의 전화가 온다. 이번에는 날씨 탓이다. “비가 많이 와서 못 온단다”

참다못한 그녀가 짜증을 낸다. “아니 한두 번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지키지 못할 약속 같았으면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다른 업체 알아봐야겠네요?”라고 화를 내자 그제야 부랴부랴 죄송하다며 24일 일요일을 이용해서라도 설치해주겠다고 한다.

악덕상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당일 설치 등 지키지 못할 말로 소비자들을 울리는 업체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위 이야기는 최근 이사를 한 기자의 지인이 초고속인터넷을 신청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글로 나열한 것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 불만 상담 분석 결과에 의하면 초고속인터넷 가입 관련 불만이 이동전화서비스, 휴대폰 등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만을 가장 많이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동전화서비스의 경우 지난 10년간 불만 상위 품목 중 꾸준히 1, 2위를 유지하고 있고 인터넷서비스의 경우 지난 2006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두 서비스의 경우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입유치 대리점이 난립하고 이동 가망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과다 출혈을 감수하며 고객 유치에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반면 소비자원의 발표와 같이 가입자 유치에 전력을 쏟는 이들 업체들의 특성(?)상 고객 만족은 미약하다는 평이다.

고객들은 불만이 생겨도 타 업체로 쉽게 옮기기가 쉽지 않다. 장기가입에 따른 할인 위약금, 복잡한 서류 제출 등이 이탈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 푼이 아쉬운 이때 위약금을 내면서까지 인터넷 업체를 이전할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당장의 가입자 이탈이라는 악재에서 다소 여유로울 수 있어 고객 만족에 신경을 덜 쓰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스럽다.

귀에 익은 광고 문구 하나가 떠오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뭐?”라는 내용인데 정말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스피드’ 하나 뿐만이 아니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신경 써 주는 ‘대 고객만족’이라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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