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詩로 노래한 서덕출 선생
희망을 詩로 노래한 서덕출 선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0.0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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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세종대왕과 주시경 선생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물론 울산 출신인 한글학자 최현배, 문학인 정인섭·오영수·신고송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특수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한 분 더 계신다. 바로 아동문학가인 신월 서덕출 선생이다.

그는 1906~1907년 사이 울산 중구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격변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었다. 특히, 6살 무렵에는 대청마루에서 놀다가 미끄러져 왼쪽 다리를 다쳤다. 그의 부친은 부산의 의사까지 울산으로 불러 치료에 적극적이었지만 염증이 척추까지 번져 결국 후천적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1938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척추의 신경통이 심해져, 그가 타계한 1940년까지는 대부분 시간을 병상에서 지냈다.

그는 당시의 여건상 정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대신 모친에게서 한글을 배우고 독서와 습작을 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한 것은 1925년 아동문학 잡지 《어린이》에 동시 <봄편지>가 입선된 이후이다. <봄편지>는 봄에 새로 핀 버들잎 편지를 보내 이 땅에 봄(독립)이 돌아온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봄편지> 입선을 계기로 방정환 선생, 윤석중 선생 등과도 교류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했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른 작품은 노랫말이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로 시작되는 <눈꽃송이>다. 그의 동시는 주로 자연에 대한 사랑, 밝고 순수한 희망적인 내용을 특징으로 한다. 물론 슬픔에 대한 표현도 후기 작품에 나타났지만, 대체로 일제에 억압받는 민족에 대한 사랑, 독립을 향한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작품집은 1952년 35편을 선집하여 부산 ‘자유문화사’에서 펴낸 《봄편지》, 2010년 흩어진 미공개 작품까지 모아 112편을 담은 《서덕출 전집》이 있다.

울산에서는 그를 기리고자 다양한 활동을 했다. 먼저 1968년 중구 학성공원에 <봄편지> 노래비가 건립됐다. 또 2011년 중구 복산동 ‘복산 공원’의 이름을 ‘서덕출 공원’으로 바꾸었고, 서덕출 전시관도 새로 꾸몄다.

그의 문학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울산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덕출 봄편지 노래비 백일장 및 그리기 대회>, 초등학생을 위한 <서덕출 창작동요제>, 아동문학가를 위한 <서덕출 문학상> 등 다양한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2009년에는 창작 칸타타 ‘푸른 편지- 덕출의 노래’가 국립합창단에 의해 초연되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에게 본받을만한 울산 출신 인물을 상기해보라고 하면 인기 연예인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장애의 몸을 갖고 있었지만 오히려 희망을 노래한 서덕출 선생을 떠올렸으면 한다. 서덕출 선생은 한글 동시를 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조선 독립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어려운 상황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정신을 떠올리며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서덕출 공원이나 전시관을 한 번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으로 난관에 부딪힌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작품을 통해 희망을 발견했으면 한다.

정지혜 화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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