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원인을 찾아라!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원인을 찾아라!
  • 김보은
  • 승인 2021.10.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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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어지럼은 누구나 흔히 느끼는 증상이다. ‘잠시 쉬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기 쉬운데 원인 질환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과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연간 80만명에 달할 정도로 흔하지만 심각한 질병의 증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와 어지럼증에 대해 알아본다.

◇ 어지럼증 대표적 원인 ‘귀’의 이상

어지럼증은 ‘빙빙 돈다’, ‘휘청거린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증상을 표현한다. 다양한 표현만큼 유발하는 원인도 여러 가지이지만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귀, 뇌 그리고 기타 원인이다.

귀는 듣는 기능을 하는 기관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을 더 담당하고 있는데 바로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 것으로 이는 전정기관에서 담당한다. 이 전정기관이나 주변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어지럼증이 생기게 된다.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많게는 80%를 차지할 정도로 귀의 이상은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뇌출혈이나 뇌졸중 혹은 종양성 질환도 어리럼증의 원인이다. 뇌졸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뇌졸중의 주 증상 혹은 유일한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어지럼증은 귀로 인한 어지럼증과는 차이가 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발음 장애나 시야장애가 같이 동반된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일어서거나 자세를 바꿀 때 어지럽기도 한데 보통 이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으면 하체로 혈액이 몰리게 된다. 자율신경계 조절 반응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 갑자기 일어나면서 심장과 뇌의 혈액공급이 부족해지며 갑자기 눈앞이 하얘지고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럼증을 겪게 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쓰러지면서 사물에 부딪히는 등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치료해야 한다.

◇ 이석증,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이석’ 떨어져 나와 발생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인 귀 질환에는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이 있다.

이석증의 증상인 어지럼증은 속귀라고도 부르는 귀의 깊은 곳인 내이의 반고리관이라는 구조물 내부에 이석이라는 물질이 흘러 다녀서 발생한다. 이석은 정상적으로 반고리관 주변인 이석기관에 위치해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 속에서 흘러 다니거나 붙어 있게 되면, 자세를 느끼는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여 주위가 돌아가는 듯한 증상이 생긴다.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종종 외상, 혈액순환의 문제, 골밀도 감소, 바이러스 감염,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이석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모든 나이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40~50대 이후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석증은 머리의 움직임과 큰 관련이 있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서거나 돌아누울 때 어지럼증이 잘 발생한다. 고개를 돌릴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어지럼이 있는 동안에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일어서지 못하거나 쓰러질 수 있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동안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구토를 할 수도 있으며 멈춘 후에도 머리가 무겁거나 메스꺼운 느낌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빙글빙글 도는 심한 어지러움의 지속시간은 짧아서 대부분 수초에서 5분 이내다.

이석증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수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다른 위험한 어지럼증과 구별이 필요하며, 오래 지속될 경우 어지럼증에 대한 부적절한 반응으로 만성적인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빨리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석증의 치료법으로 이석 치환술이 있다. 고개의 위치를 바꿔가며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원래의 위치(전정 기관)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이다. 증상을 일으키는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이석 치환술의 방법이 달라 경험 많은 이비인후과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 내림프관 부어올라 귀의 기능에 문제 ‘메니에르병’

내이 안에는 림프액이 흐르고 있으며 이 흐름은 청각의 전달과 평형기능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니에르병은 이 림프액 흐름에 문제가 생겨 내림프관이 부어올라 발생하므로 ‘내림프관 수종’이라고도 한다. 부어오른 관으로 인해 귀의 기능의 문제가 발생하고 메니에르병의 증상이 나타난다. 내림프관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는 정확한 이유는 현재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식이, 수면, 호르몬, 스트레스 등이 잘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은 반복적인 어지러움과 변동성 청력 저하, 귀 울림, 귓속의 먹먹함이다. 심한 어지럼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 및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어지럼증은 특별한 조짐 없이 발생하며, 그 정도와 지속 시간도 다양하다. 어지럼증은 20분에서 하루 정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메니에르병 환자 중에는 정상 생활이 가능한 사람부터 약물을 투여해도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심하지 않은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잘 관리된다. 일반적으로 생활습관 관리와 약물 치료로 환자 10명 중 8~9명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병을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치료로 급성기에는 진정제나 항구토제 등을 사용하며, 예방과 악화 방지를 위해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등을 사용한다. 증상의 정도와 병의 경과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한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면 내림프관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수술을 하거나 고막 안에 약물을 주입해 내이의 평형 기능을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수술은 다른 치료로 증상 조절을 할 수 없는 경우, 어지럼증을 호전시키기 위해 선택하게 된다.

◇ 평형기능 갑자기 상실한다면, ‘전정신경염’ 의심

전정신경염은 평형기능을 갑자기 상실하는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액순환 문제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상 발생 수 일에서 수 주 전에 상기도 감염의 병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몸이 피곤할 때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하던 사람에서도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발생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자세 불균형이나 주변이나 자신이 회전하는 느낌, 걸을 때 비틀거림이나 병변 측으로의 쏠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구역, 구토를 흔히 동반한다. 처음 겪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급성기에는 어지럼증, 구역, 구토 증상의 조절을 위해 전정억제제와 항구토제 등의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며칠이 지나 증상이 완화되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전정재활운동을 시작해 균형을 잃은 전정기능에 대한 보상작용이 잘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지럽다고 누워만 있으면 보상작용이 더디게 진행되므로, 심한 급성기를 넘겨 넘어질 위험이 없어지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정신경의 기능저하 정도와 적극적인 재활운동이 회복정도와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 어지럼증 원인 찾아 전문적인 치료해야

어지럼증은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우선 눈을 감고 한발을 들고 서는 균형 맞추기를 해보자. 귀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어지럼증이라면 균형 맞추기가 어려워 쉽게 넘어진다.

두 번째는 코치기다. 어지러운 사람이 자신의 코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을 수 없고 계속 빗나간다면 뇌에서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어지럼증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거나 혹은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 보다는 원인 질환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 어지럼증의 의학 상식 >

Q1. 달팽이관이 어지럼증의 주원인일까?

흔히 어지럼증을 경험한 환자들이 ‘달팽이가 빠졌다’며 내원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귀가 하는 두 가지 역할 중 달팽이관은 청각, 즉 듣는 역할이고, 어지럼증은 그 옆의 반고리관 등 평형기관에서 일어나는 증상으로 작은 칼슘 덩어리가 빠져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이 조각을 이석이라고 하고 이석이 제 자리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면 어지럼증이 생긴다. 자세에 따른 어지럼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Q2. 어지럼이 심할수록 중병이다?

이석증이 생긴 경우 세상이 다 빙빙 돌며 심한 어지럼을 호소하고, 전정신경염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심한 어지러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두 질환은 가장 흔한 어지럼의 원인인데 위험한 질환은 아니다. 오히려 어지러운 증상은 심하지 않아도 뇌에 이상이 있거나 전정신경초종 같은 종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Q3. 만성 어지럼은 완치되기 힘들다?

어지럼증은 완치가 어렵다며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은 한두 번의 진료로 완치되기도 하고 만성적인 어지럼도 사람마다 문제의 양상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에 따른 맞춤 전정재활 운동치료를 시행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정리=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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