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안부를 묻다
갈매기의 안부를 묻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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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전 바닷가 돌 틈 사이에 갈매기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언뜻 보기엔 미동도 없고 죽은 것처럼 보였다. 측은한 마음에 ‘어디 묻어주기라도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 주위를 서성이다 다시 가보았다. 이번엔 얼굴을 바짝 대고 좀 더 가까이서 보았다.

아직은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한 새끼갈매기였고, 자세히 보니 분홍색과 흑색을 띤 부리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은 마치 ‘저 살아있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쉼 없이 파도가 들고나는 해변에서 저 갈매기가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문득, 평소에 자연과 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아끼는 지인이 생각났다. 전화로 상황을 말했더니, 울산시설공단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알려주었다. 다행히 센터에서는 주전 바다까지 올 수 있다고 했고, 응급처치 방법도 알려주었다.

우선 종이상자를 구해왔다. 조심스럽게 갈매기를 옮겨 담으려고 할 때, 갑자기 파도가 들이닥쳐 하마터면 갈매기가 떠내려갈 뻔했다. 휴! 가슴을 쓸어내렸던 순간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직원이 도착했다. 나는 산에서 혼자 길을 잃고 있다가 구조대원이라도 만난 듯이 안심되고 반가웠다.

종이상자를 전해 주기 전에 갈매기의 눈을 보았다. 가을 햇살 아래 잘 익은 까마중 열매처럼 새까만 눈이 슬퍼 보였다. 어미를 잃어버리고 배고픔과 위험한 고비까지 겪어야 했을 갈매기의 무서움과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쓰라렸다.

갈매기를 태우고 가는 차가 모퉁이를 돌아서 갈 때까지 눈으로 좇아갔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날은 건들장마에 바람까지 불어서 텃밭 채소들과 잠시 눈 맞춤만 하고 귀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갈매기의 삶에 대한 갈망이 나를 끌어당기기라도 했던 것일까! 누가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이끌려서 차를 돌렸고, 쓰러져있던 갈매기를 만났다.

그 갈매기는 어떤 연유로 쓰러져 있었던 것일까? 행여 낚싯바늘이 걸린 물고기나 버려진 미끼를 먹다가 낚싯바늘을 삼킨 것일까. 자신의 재미난 취미가 누군가에게 큰 피해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무심코 던져주는 과자도 갈매기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잠깐 가서 즐기는 바다는 갈매기들의 터전이다. 그걸 잠시 빌려서 사용했으니 그대로 보존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박남준 시인은 그의 작품 ‘아름다운 관계’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던가” (중략)

어린 것들은 보살핌이 필요하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어린 것은 혼자서 살아가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어린이가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를 당하거나 버림받는 경우를 뉴스로 가끔 접하게 된다. 어른들과 주변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다 같이 보호하고 양육해야 하지 않을까.

그날 이후,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그 갈매기의 안부가 몹시 궁금했다. 지금쯤 건강을 되찾아, 조나단처럼 멋지게, 높게, 빠르게 쪽빛 바다 위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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