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세상을 바꿀 혁신’ 학생창업이 뜬다!
[교육기획]‘세상을 바꿀 혁신’ 학생창업이 뜬다!
  • 정인준
  • 승인 2021.09.2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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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창업 수요 느는데 지원정책은?
울산생활과학고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창업아이템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울산생활과학고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창업아이템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생활과학고 학생들의 창업 의지

“가격은 얼마로 정했어요?” “7천~8천원?” “비싸지 않을까요?” “가격을 좀 낮추는 방법 찾아보죠”

지난 16일 울산생활과학고 실습실에서 진행된 창업동아리 ‘창조’의 지도교사인 박태운 교사가 ‘오뚜기 텀블러’에 대한 아이템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임예진(사무행정과 3년) 학생에게 한 질문이다.

임양은 물컵이나 텀블러가 쓰러져 책상이나 옷을 버린 경험이 있는 것에 착안해 ‘오뚜기 텀블러’란 상품을 기획했다.

임양은 설계도를 그리고 원리를 동아리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박 교사와 동아리반원들은 ‘오뚜기 텀블러’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졌을 때 재질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원가는 얼마가 들 것이지,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이지 등 구체적인 사안을 묻고 토론했다.

이날 창조 동아리반원들은 △시간관리를 도와주는 스탠드(김경립·사무행정과 2년) △원터치 버튼 책상과 책장으로 공간 위 효율성을 높인 가구(김연우·사무행정과 2년)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의견을 나눴다.

이날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은 전국 특성화고 사장되기 창업대회(Be the CEOs)에서 수상한 아이템들이다. 창조동아리반은 검증된 아이템을 더욱 발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조동아리는 15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날 수업에는 7명이 참여했다.

박태운 교사는 “창조 동아리반원들은 실제 창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시제품까지 제작해 보면서 예비 창업인으로의 소양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학교 이건희군은 유튜브 등 1인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AYTOL.net’을 창업했다. 플렛폼에는 게임, 음악, 운동, 음식 등 10여개 콘텐츠가 있고, 1인 크리에에터를 모집하고 있다.

이군은 “내가 재미있어 하고 잘 하는 것을 공유해 모두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크리에이터 지원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창업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학생창업에 대한 지원이 많았으면 한다”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창업자금 마련과 함께 정보가 부족했었다”고 밝혔다.

구독자 17만명을 두고 있는 정혜연양은 화장품과 패션을 결합한 쇼핑몰 CEO를 꿈꾸고 있다.
구독자 17만명을 두고 있는 정혜연양은 화장품과 패션을 결합한 쇼핑몰 CEO를 꿈꾸고 있다.

-17만 구독자 유튜버 정혜연양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문수고 2학년 정혜연양은 구독자 17만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버다. ‘뭐혜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정양은 중2 때부터 쌍둥이인 언니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뷰티와 패션, 그리고 소소한 학교일상 브이로그를 제작했다. 뭐혜연의 콘텐츠는 또래의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 있다.

정양에게 “부자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아니다”며 “수익은 내일을 위한 창업자금으로 저축하고 있고, 용돈으로 10만원을 쓴다”고 말했다.

정양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화장품과 패션을 다루는 쇼핑몰 CEO를 계획하고 있다. 정양은 “현재 창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하며 창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3일 노옥희 교육감과 진로담당 교사들이 가진 간담회에서 노 교육감이 학생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 23일 노옥희 교육감과 진로담당 교사들이 가진 간담회에서 노 교육감이 학생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창업 생태계 구축 서둘러야

창업을 통해 ‘부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지원할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창업지원정책은 취업·진로지원정책 안에서 추진되고 있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학생창업지원 정책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생과고 박태운 교사는 “학생들에게 창업동아리 수업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창업과 관련된 정책과 창업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학생창업에 대한 중심을 잡아줄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간, 교사간, 학생간 네트워크 구축도 부족한 부분”이라며 “창업을 통해 부자 학생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제약이 많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거나 창업후 비즈니스 등에 대한 책임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라고 창업에 도전할 수 없다면 ‘세상을 바꿀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생과고 학생들이나 정혜연양처럼 학생 때 창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학생창업 생태계 마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교육청, 내년부터 학생창업 활성화 ‘핀셋정책’ 전환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정책 중 진로·창업관련 사업은 21개 사업이 있다. 이중 ‘창업’이란 단어가 들어간 정책은 △창업체험 프로젝트 프로그램 연수(중등진로교사 대상) △진로창업교육·체험활동(중3 대상) △창업가정신 캠프(중·50명) △울산청소년창업경진대회 등 4개에 불과하다.

시교육청 전영자(미래교육과) 장학사는 “교육정책은 교육과정을 우선해 수립되다 보니 학생창업에 대해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학생창업지원은 학생진로정책과 관련해 진로와 창의체험활동 영역의 확장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부턴 보다 적극적인 ‘핀셋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창업거점학교’를 운영해 학생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또 교육청, 센터, 외부인사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창업가 정신 함양 교육지원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진로담당교사들로 구성된 학생창업네트워크인 ‘탄탄캠프지원단’ 지원이 확대된다. 울산교육연수원은 진로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창업 관련 연수를 강화한다.

시교육청 김영민(미래교육과) 장학관은 “시교육청은 학생 취업·진로정책에서 창업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생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 나갈 방침”이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창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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