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 박주영
망망대해 / 박주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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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망대해 / 박주영

기댈 곳 없을지라도

심지 하나 세우고

푸르게 헤쳐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야

추석 연휴의 끝자락 고향인 제주에서 구순이 넘은 어머니를 뵙고 건너기 싫은 망망대해를 건너 집에 도착하니 이번 주 디카시 원고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신문사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또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느낌을 떨치며 찾은 박주영 시인의 디카시 ‘망망대해’를 감상합니다.

작년 제주N신문 디카시 신춘문예에서 ‘늦가을’로 당선되고 이번달에 디카시집 ‘돋아라 싹’을 세상으로 내놓으며 디카시 부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시인의 카메라에 포착한 된 것은 개구리밥이 넓게 펼쳐진 연못에 작은 풍랑에도 심하게 흔들거리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고 준비하는 연잎이 조각배로 떠 있는 메타포입니다.

먼저 회색과 여러 가지 색으로 피곤해진 일상에 초록색 일색으로 눈이 시원해집니다. 개구리밥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고 해서 부평초라고도 하는데 부평초도 저렇게 연못을 꽉 채우고 있으면 더는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고향이 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 인생이라는 길에는 직장이라는 길에는 문학이라는 길에는 혼자 표류한 것 같은 망망대해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도 생기지만, 굳은 심지 하나 세우고 헤쳐나가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시인의 희망찬 메시지에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문학 장르인 디카시에 열광하며 중독돼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먼저 이뤄 놓은 곳보다는 남들이 모든 것을 탄탄하게 만들어 놓은 것보다는 비포장이지만 흙과 풀과 나무와 보이는 모든 것과 바로바로 소통하며 SNS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디카시’라는 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어 기쁩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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