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보뢰(亡羊補牢)’…안전 울타리, 다시 둘러보자
‘망양보뢰(亡羊補牢)’…안전 울타리, 다시 둘러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16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7월 8일 새벽 5시경 북부소방서에 화재 출동 사이렌이 울렸다. 생필품·식료품 등을 보관하던 북구 진장동 ○○종합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최초 발화지점은 사무동 1층 냉장고 부근으로, 샌드위치패널 구조의 벽체를 타고 인접 창고동으로 번지던 불길은 내부에 보관된 가연성 물질로 옮겨붙고 부탄 용기까지 폭발시키면서 주변 건물로 급속히 확산했다. 화재는 소방대응 2단계 발령에 따라 소방대원 257명과 차량 31대가 현장에 출동한 끝에 가까스로 진압할 수 있었다. 경기도 쿠팡 물류창고 화재에 뒤이은 창고화재였다.

최근의 소방청 통계자료를 보면 전국의 물류센터는 모두 2천106곳으로, 최근 5년 사이(‘16~‘20년) 신규 등록이 1천811곳에 이를 정도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고, 울산에는 25곳이 있다. 또 같은 기간 중의 창고화재는 7천125건, 사망자는 17명으로 연평균 1천425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창고화재의 원인은 부주의 45.6%, 전기적 요인 27.6%로 부주의가 주범이었다.

물류창고 화재는 인명·재산 피해가 큰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물류 이동을 위해 창고의 높이(層高·층고)가 높고 바닥면적이 넓어 불길의 수평·수직 확산이 빠르다. 층고는 일반 건축물의 2~3배 이상, 바닥면적은 수천∼수만㎡ 이상이다. 그 때문에 화재가 지하층에서 발생하면 모든 층으로 확산하면서 짙은 연기(濃煙·농연)로 피해가 커지기 쉽다.

또 공간이 넓은 데다 피난출구까지의 동선이 복잡해서 신속한 대피가 어렵고 물품을 2~3단으로 쌓는 일이 많아 적재 물품의 화재하중이 높다 보니 물품 아래쪽에서 불이 나면 화재의 신속한 감지와 위치 확인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작동해도 물품 적재량이 많으면 충분한 주수(注水)가 힘들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소방법령 개정 등 제도개선과 현장 화재 대응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첫째, 제도를 개선해서 물류센터의 특성에 맞는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불길의 수평·수직 확산을 막기 위해 방화구획을 강화해야 한다. 화재의 조기 발견을 위해 특수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프링클러 설비를 통한 대량 방수로 화재가 초기에 진압될 수 있도록 시설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컨베이어 등 자동화설비에 대한 층별·면적별 방화구획 기준을 명확히 하고 완화적용 시엔 연소확대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전기적 원인의 콘센트 화재에 대비해 자동소화가 가능한 화재안전콘센트를 도입하고, 전기 분전반·배전반에는 좁은 공간용 소화용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장 대응능력 개선방안으로 1급 이상 대상물은 소방교육·훈련실시 결과서를 소방서에 제출해서 검토를 받게 하고, 건축물별 방재실·보안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소방안전관리자와 관계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 화재 위험성이 높은 물류센터를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관리해서 현황을 파악하고, 자체 소방시설의 유지·관리에 대한 특별조사와 합동소방훈련도 실시해서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북부소방서 관내에는 진장동 유통단지 외에 대형 물류업체도 9곳이나 있고, 해마다 신규 등록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화재 취약 사업장별로 맞춤형 소방안전 컨설팅을 실시해 관계자의 대응역량을 높이고, 중요대상에는 간부공무원의 현장 안전지도도 실시해 책임자의 안전 인식을 높이고 화재취약 요인을 미리 확인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취약시기에는 관계자 간담회와 화재 예방 캠페인도 실시하고, 대형물류창고나 매장의 화재 발생에 대비해 대용량의 소화전 신설·보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2020년 4월의 이천 물류센터 화재나 소방관이 안타깝게 순직한 2021년 6월의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망양보뢰(亡羊補牢)란 사자성어는 “양이 뛰어나간 후에 그 울타리를 보수하는 일이 그래도 늦지는 않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화재 안전의 울타리를 다시 한번 더 둘러보고 헐겁거나 빈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때이다.

박용래 울산 북부소방서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