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다양성 탐사
생물 다양성 탐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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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울산 생물 다양성 탐사’가 9월 11일 오후 2시부터 12일 오후 2시까지 중구 입화산(立火山·204m) 참살이숲에서 열렸다. 참가 대상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울산지역 초등학교 5~6학년생 20명으로 한정했다.

참가자들은 식물류, 조류, 지의류, 버섯류, 포유류 등 5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조사 활동을 펼쳤다.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생물다양성센터’가 주관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했다.

생물 다양성 탐사는 ‘바이오블리츠(BioBlitz)’, ‘생물 다양성 탐사’, ‘종 탐사’ 등으로 부른다. 이 행사는 24시간 동안 장소를 정해놓고 전문가와 참가자들이 샅샅이 더듬듯 조사해서 분류군별로 종을 확인·기록하는 생태과학 체험 활동이다. 어류는 입화산의 여건상 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필자는 조류 전문가로 참여했다.

첫날인 9월 11일(토), 본부를 출발하여 전망대, 제2 주차장, 자동차 캠프장 등을 거쳐 다시 본부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세 시간이 넘는 탐사에서 쇠백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큰부리까마귀, 쇠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딱새, 꾀꼬리, 어치, 멧비둘기, 동고비 등 14종 56마리가 탐사기록 대장에 올랐다. 마릿수 1위는 박새(12마리)였고, 2위 직박구리(7마리), 3위 쇠박새(5마리)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한 탐사대원은 큰오색딱따구리 한 쌍을 가까운 거리에서 오래도록 관찰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마지막으로 탐사된 동고비 한 마리는 관찰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둘째 날인 9월 12일(일), 본부를 출발하여 편백나무숲과 대나무숲 체험장, 숲속도서관을 거쳐 다시 본부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세 시간이 넘게 걸린 탐사에서 때까치, 참새, 직박구리, 오목눈이, 박새, 멧비둘기, 쇠박새, 쇠딱따구리, 어치, 솔새, 오색딱따구리, 큰부리까마귀, 청딱따구리, 파랑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곤줄박이, 까치, 꾀꼬리 등 18종 61마리가 탐사기록 대장에 올랐다. 그중 붉은머리오목눈이와 참새가 각각 10마리로 공동 1위를 차지했고, 2위 멧비둘기(8마리), 3위 쇠박새·직박구리(각각 7마리)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높은 전깃줄에 앉아 있는 새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발견해서 관찰한 결과 파랑새로 확인되었다. 그 덕분에 파랑새에 대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었다. 본부로 돌아오는 길에 꾀꼬리 1마리의 울음소리가 났다. 공교롭게도 파랑새에 이어 꾀꼬리가 등장한 탓에 여름 철새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참가 학생들이 분야별로 조사한 생물 종을 ‘네이처링(Naturing)’ 앱으로 전송하면 이를 취합해서 종합 통계를 냈다. 2일간의 탐사에서 조류는 비둘기목 등 5목(目), 까마귓과 등 15과(科), 떼까치 등 22종(種), 모두 117마리가 관찰됐다.

2015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바이오블리츠 코리아(BioBlitz Korea) 2015’ 울산 대회를 마련한 이후 매년 열리는 생물 다양성 탐사가 입화산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자료는 앞으로 입화산이 세월에 따라 변하는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화산은 울산 도심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주차장, 야영장, 오토캠핑장이 조성되어있어서 시민들의 활용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개발의 손길이 서서히 문어발처럼 뻗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계곡에는 이미 갈색의 이끼가 흐르는 물을 따라 살풀이 수건처럼 너울거리고 있었다.

새가 없어도 인간은 살 수 있다. 하지만 숲과 새가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라면 더욱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이 없으면 배가 떠다닐 수 없듯이 숲이 없으면 새는 절대로 날아들지 않는다. 시민 모두가 입화산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인식해서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보존에 힘썼으면 한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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