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정 논의에 고함
교육과정 개정 논의에 고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09 2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논의를 보면 많은 쟁점 사안들이 교육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때로는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고교학점제, 무자격 한시적 시·기간제 교사임용 법안, 교원양성체제 교직 이수 과정의 신규(신기술) 분야 확대가 최근 교육계를 뒤흔들고 있다.

◇‘인공지능’이 차기 교육과정 개정의 핵심 키워드가 된 이유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이다. 물론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따라 소양을 새롭게 갖추어야 할 주제영역으로 ‘AI’뿐 아니라 ‘인구·환경·다문화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환경·다문화는 이미 이전 교육과정부터 기존 사회 교과의 주제로 들어와 다뤄지던 주제들이고, 이번 교육과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인공지능처럼 첨단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이 핵심 키워드는 ‘빅데이터 활용 연구방법’으로 도출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방법은 어떤 어휘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가는 보여주어도 그 어휘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을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키워드로 설정한 교육부는 ‘AI 기술교육’이 마치 미래 교육을 상징하는 것처럼 첨단기술 교육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오로지 그에 맞추어 미래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

◇‘미래’에도 초중고 교육과정의 중심은 ‘시민성 교육’

‘국가교육회의 개정 교육과정 국민 참여 설문 결과 발표(2021.06.22)’를 보면 국민들은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개인과 사회 공동의 행복추구’를 1순위로 뽑았고, 더욱 강화되어야 할 교육 영역으로 ‘인성교육’과 ‘인문학적 소양교육’을 차례로 꼽았다. 교육 당국은 미래 교육을 AI, 드론 등 신기술에 초점을 맞춰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최첨단기술이 생활의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래사회에 학교 교육을 통해 우선적으로 강조해야 할 가치가 ‘개인과 사회의 공동의 행복 추구’, ‘인성’, ‘인문학적 소양교육’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활용 기술 역량 강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의 코로나 상황은 역설적으로 대면 수업의 절대적 가치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을 대체했던 지난해(2020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결과(국어, 영어, 수학)’를 보면 평가대상인 중3과 고2에서 전년 대비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은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하락했다. 이 가운데 중3은 국어 7.5%, 영어 8.7%씩 감소했고 고2는 국어가 7.7% 감소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중학교 수학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에서 증가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행복도(심리 적응도, 교육환경 만족도)와 교과 기반 정의적 특성(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도 2020년에는 2019년보다 중·고등학교에서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미래’에도 유·초·중·고 학생들에게 강조해야 할 ‘교육’의 중점은 시민성 교육(=시민의 기본 소양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무인가게가 늘어나고, 빅데이터 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기존의 일자리를 로봇기술이 대체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변화가 지속될 미래에도 학생들이 능동적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과정인 초·중·고는 이러한 최첨단기술에 ‘시민교육’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첨단기술은 기존 교과와의 융합지식 차원에서 접근해야

AI(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 관련 소양은 기존 교과의 교육과정을 개편해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빅데이터, AI, 드론 기술의 기초원리는 기존 과학·수학·기술 과목에서 이해하고 사회·역사 수업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이 야기할 사회변화를 이해하고 최첨단기술의 편익이 사람 중심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사회 제도·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미래 시민인 학생들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늘리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국어 과목에서는 최첨단기술 사회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 등을 통해 최첨단기술이 야기하는 사회변화와 철학적 문제를 사고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황진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현대중학교 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