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
늦여름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0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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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颱風)이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해 아시아 대륙 동부로 불어오는 열대 저기압을 일컫는다. 강력한 폭풍우와 합쳐진 맹렬한 저기압으로 1초에 17m가 넘는 속도로 바람이 분다. 중심과 수십 km 떨어진 곳에서 가장 세고, ‘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중심 부분은 오히려 조용한 편이다. 보통 우리나라에는 7~9월에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피해를 남긴다.

태풍은 태양열에 증발하는 바닷물의 수증기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므로 수증기가 적은 육지에 닿으면 자연스럽게 세력이 약해진다. 태풍이라는 이름을 얻으려면 첫째, 최고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어야 한다.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오기 때문에 느리게 부는 바람은 태풍이 될 수 없다. 둘째,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강풍 반지름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여러 가지 검토를 거쳐야만 태풍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러니 북태평양 남서부 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모두 태풍은 아니다.

태풍에 이름을 붙인 것은 1953년부터다. 태풍은 일주일 이상 계속될 수 있어서 같은 지역에 여러 개가 생길 때 예보가 헷갈리지 않도록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이들은 태풍을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미국 공군과 해군이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때 예보관들은 주로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태풍에 여자 이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1978년까지는 계속 여자 이름을 쓰다가 남녀 차별이라는 비판이 일어나 여성인권단체가 항의했고 그 뒤로는 남녀 이름을 번갈아 사용한다.

1999년까지는 괌에 있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가 태풍 이름을 정했다. 2000년부터는 태풍에 대한 아시아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아시아 14개 나라가 제출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2002년 8월 말 우리나라에 태풍 ‘루사’가 내습했다. 말레이어로 사슴이라는 얌전한 이름과는 달리 최고 풍속이 초속 39.7m로 어마어마한 강풍과 함께 강원도에 많은 비를 내려 124명의 사망자, 60명의 실종자, 8만8천여 명의 이재민을 남겼을 정도로 큰 피해를 줬다. 재산 피해액도 5조1천400여억 원이었다. 루사는 2002년 8월 23일 서태평양에서 열대성 폭풍으로 태어났다가 태풍으로 발전했다. 일본 남쪽을 거쳐 31일 서귀포에 도착,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곧 전남 고흥 해안에 상륙했다. 그 뒤 순천과 남원, 영동, 충주를 지나 강원도 쪽으로 다가가서 9월 1일, 마침내 강릉 상공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루사는 우리나라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100.5mm, 1일 강수량 870.5mm라는 엄청난 양으로 대한민국 강수량 기록을 새로 썼다. 강릉의 경우 1981년~2010년 30년 평균 연강수량이 1천464.5mm이었는데 1년간 내리는 비의 60%가 이날 하루에 다 내린 셈이다.

태풍은 피해만 입힐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강풍·폭우를 이끌고 와서 엄청난 피해를 주고 사라지지만 태풍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태풍이 몰고 오는 비는 부족한 물을 채워 가뭄을 일거에 해결해 주는 경우도 있다. 1994년 여름에 찾아온 ‘더그’가 고마운(?) 태풍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다. 가뭄도 극심했다. 그러던 중 8월에 찾아온 더그는 무더위와 가뭄에 그야말로 단비를 내려주었다. 사람들은 더그를 ‘효자태풍’이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다. 또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 모여 있던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이동시켜 지구 남북의 온도 균형을 유지해 주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태풍이 불면 바닷물이 뒤섞여서 바닷속 작은 생물인 플랑크톤이 널리 퍼지고, 그러면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물고기들이 더 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다. 태풍 덕분에 바다 생태계가 더욱 활발해지는 것이다.

울산 남구는 태풍에 대비하고, 유사시 구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상황 대응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재난대응 매뉴얼 재정비 및 방재단 현장활동 등의 조치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손님처럼 찾아오는 늦여름의 대표적 자연재난인 태풍을 빈틈없이 대비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태풍은 반갑지 않은 여름철 불청객임이 틀림없다.

김석용 울산 남구 복구지원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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