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란 명칭에 숨겨진 식민사관
‘일제강점기’란 명칭에 숨겨진 식민사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0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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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대부분은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경술늑약(한국병탄조약)이 국제법상 무효이기 때문에 일제 35년의 식민지 통치 역시 무효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더구나 교과서는 물론 언론매체와 학자들마저 이 시기를 ‘일제강점기’라 부른다. 그러나 이 용어 속에 일제의 식민사관 이론과 저명한 식민사학자가 30년간 유포시킨 사실이 숨겨진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라는 용어는 이미 무효가 된 ‘한국병탄조약’에 근거한 일제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는 비주체적 용어다. 일반 국민이 이 용어에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왜곡한 ‘식민사관’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알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식민사관에 물든 이 용어가 어느 시기에 일반화되었는지를 규명해보자.

광복 후 역사학자 대부분은 이 시기를 ‘일제강점기’라고 부르지 않았다. 식민사관의 대부인 이병도는 『조선사대관, 1948』에서 ‘민족의 수난과 반항’이라 했다가 1959년 『신수국사대관』에서는 ‘민족의 수난과 항쟁’으로 수정했다. 손진태는 ‘민족운동 전개기(1948)’, 이홍직 등은 ‘민족의 수난과 해방(1954)’으로 불렀고, ‘일제 식민지 시대’란 용어는 1960년 ‘국사연구회’가 저술한 『신고국사(新稿國史)』에 비로소 나타난다. 이기백은 ‘일제시대(1970, ‘한국사 시대구분 일람표’)로 규정했다.

1960년대 이후 80년대까지의 교과서는 ‘일제침략기(일제시대)’로, 90년대 이후는 ‘민족독립운동 시기’로 기술했다. 2000년대 이후 교과서와 역사부도에는 ‘일제강점기’가 주류를 이루었고, 간혹 ‘국권침탈기(역사부도 연표, 2014, 지학사)’와 ‘대한제국(1897~1918)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1919~1947) 시기(2011, 비상교육, 삼화출판사)를 기술한 중·고 역사 연표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의 교과서 대부분은 ‘일제강점기’로 기술했다

그렇다면 비주체적 용어인 ‘일제강점기’를 유포시킨 자는 누구인가. 이 용어를 일반 논문에 처음 사용한 이는 이만열이다. 그는 1979년 『숙대사론』 제10집의 「민족주의 사학에 있어서의 한국사 인식」에서 처음 사용한 후에도 자신의 저서 7권에서 이 용어를 애용했다. 이만열이 퍼뜨린 ‘일제강점기’란 용어는 30년의 잠복기를 거친 후 2010년대에 만개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 용어는 이병도의 제자인 이만열이 제8대 국사편찬위원장(2003~2006)을 역임하던 시기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이만열은 자신의 저서 『우리 역사 5천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일제강점기’란 용어의 사용이 다음과 같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제법상 일제가 조약을 통해 정당하게 한국의 외교권과 주권을 이양해 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일제 35년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한국을 식민지화한 것이 아니고 군사적으로 강점한 것이다. 국사학계에서 일제 시기를 ‘일제강점기’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란 용어의 타당성이 ‘일제의 군사적 강점’에 있다는 이만열의 궤변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의 저서들은 이만열이 이병도를 이은 철저한 식민사학자임을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에 숨겨진 식민사관의 실상은 무엇일까. 첫째, ‘일제강점기’란 용어는 우리 민족의 주체성이 빠진 비주체성 용어다. 둘째, 이 용어에는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왜곡시킨 ‘한국사의 타율성론’이 내포되어 있다. 셋째, 이 용어에는 한국사의 사회·경제적 낙후성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침략의 당위성을 나타내는 정체성론이 숨겨져 있다. 넷째, 이 용어는 타율성론의 한 부분인 ‘임나일본부설’의 잔재로, “신공후(神功后)·대화(大和) 남선침략(南鮮侵略)-임나일본부-일제강점기”로 이어진다. 다섯째, 이 용어는 국제법상 무효조약인 1910년의 ‘한국병탄조약(경술늑약)’이 무효임을 부정하고, 일제의 강점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일본의 ‘유효부당론’의 연장이다.

그러므로 ‘일제강점기’란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 대체어로 ‘항일투쟁·대일투쟁 시기’ 등이 있지만, 가장 타당한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시기’라고 본다. 즉 대한제국의 국권이 국제법상 불법적인 을사·경술늑약 때문에 상실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정통성은 ‘대한제국’→‘대한민국임시정부’→‘대한민국’으로 자연스레 승계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일걸 한국간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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