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공연 이야기 둘
무용공연 이야기 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0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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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 SRT(=Super Rapid Train)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6년 개통 이후 처음 해본 승차였다. 목적지는 수서역(水西驛)에서 가까운 코우스(KOUS=한국문화의 집,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이 집에는 250석의 작은 공연장이 있다.

이야기 하나,

2021년 9월 1일(수), 오후 7시 30분, 서울 ‘한국문화의 집’ 〈학, 하늘을 날다〉 공연에 ‘울산학춤’이 초청받았다. 에벤에셀 전통과 미래 춤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무용협회, 배정혜춤아카데미, 한국전통춤연구회가 후원했다.

3층 공연무대는 아담했다. 권영심이 ‘임이조류 입춤’으로 오프닝을 장식했다. 이어 진행자는 공연의 목적과 출연자를 소개했다. 두 번째와 네 번째 순서에 울산학춤과 동래학춤이 각각 소개됐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무용인 전유오 교수(전 청주대)는 2020년 1년 동안 부산과 울산을 찾아 두 지역의 학춤을 배웠다. 그 덕분에 1973년 12월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에 조사·보고된(조사자: 서국영) ‘동래학춤’(부산시 지정무형문화재 제3호-1972.9.19 지정)과 1997년에 창시된 ‘울산학춤’이 같은 공연에 초청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동래학춤과 울산학춤이 같은 무대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필자에게는 매우 특별한 공연이었다.

공연장에서는 뜻밖의 반가운 만남도 있었다. 동국대 국악과에서 불교 무용을 강의하시던 범패작법 교수사 한동희(韓東熙·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작법승) 스님이 팸플릿의 속명을 기억하고 분장실로 옛 제자를 찾아오신 것이다. 한편 놀라고 한편 반가웠다. 한동희 스님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전수 조교이시다. 공연장을 찾은 연유를 여쭈었더니 전유오 교수에게 법고를 가르친 인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야기 둘,

2021년 9월 3일(금), 오후 7시 30분, 울산 ‘서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김성수의 춤 세계〉가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올해 울산문화재단에서 공모한 ‘65세 이상 예술인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을 펼쳐 보이는 공연이었다. 울산광역시, 울산문화재단, 울산학춤보존회 등이 후원했다.

필자는 공연에서 호걸양반춤(이하 양반춤), 교방타령, 울산학춤을 차례로 추었다. 울산학춤은 공연 때마다 추지만 양반춤과 교방타령은 어쩌다 한 번씩 추는 춤으로, 관객은 물론 무용인도 쉽게 접할 수 없고 생소하게 여길 수도 있는 오래된 춤이다.

양반춤은 유일한 양반 흉내 춤이다. 쉽게 말해 양반의 여러 가지 행동을 모방하여 추는 춤으로 왼손에 긴 담뱃대를, 오른손에 큰 부채를 쥐고 추는 춤이다. 일무(佾舞)를 제외하고 양손에 지물(持物-손에 도구를 쥐는 것)한 상태로 추는 춤이다.

양반은 주로 야류(野遊)나 지신밟기에 등장한다. 양반이 야류에서는 말뚝이의 질타 대상이 되고, 지신밟기에서는 소극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양반춤에서는 호걸(豪傑)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고 기개와 풍모가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때로는 대쪽같이 곧은 선비 정신으로, 때로는 호탕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추는 춤으로 한량춤과는 다른 춤이다. 교방타령은 이름에서 짐작되듯 교방(敎坊)에서 기본 춤으로 학습했던 춤이다. 양반춤과 교방타령은 선친 김덕명(金德明 1924∼2015)으로부터 사사했다.

이번 공연은 필자가 무용인으로 울산에 정착한 이후 이십 오 년 만에 이름을 걸고 춘 최초의 공연이었다. 제자들이 마련해준 공연이라 의미가 더욱 깊었다. 필자는 서울과 울산의 두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줄곧 서산대사가 눈 내린 들판을 걷는 모습을 머리에 떠올리고 또 그런 마음으로 울산무용의 발전과 무용인의 활동을 빌었다. “눈 내린 들판을 걸을 때는/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 踏雪野中去)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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