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고운중학교’ 학생 스스로 삶의 목표를 찾아가도록 나침반 역할
[교육기획]‘고운중학교’ 학생 스스로 삶의 목표를 찾아가도록 나침반 역할
  • 정인준
  • 승인 2021.09.0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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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립 대안중학교로 새 출발
지난 7월 13일 고운중학교 개교기념식.
지난 7월 13일 고운중학교 개교기념식.

 

“학교가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지난 3일 찾은 고운중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이구동성’이다.

고운중학교는 앞선 두남중·고등학교에서 고등부 과정을 떼어내고 ‘공립 대안중학교’로 올해 새롭게 출발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대안교육의 일대 혁신을 위해 다양한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공립 대안학교 고운중’을 출범시켰다. 두남중·고가 ‘위(wee)스쿨형 대안학교’였다면 고운중은 ‘교육의 다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고운중학교가 1학기를 지났다. 새롭게 시도된 고운중의 현시점은 “학교가 너무 너무 재미있다”는 학생들의 이구동성으로 귀결된다. 학교가 재미있다는 것. 교육에서 이보다 더 좋은 평가가 있을까.

지난 3일 4교시 고운중 2층 다목적 강당에서 ‘자기주도 프로젝트’ 시간에 영화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일 4교시 고운중 2층 다목적 강당에서 ‘자기주도 프로젝트’ 시간에 영화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승리의 V’가 의미하는 대안교육

지난 금요일(3일) 오전 11시께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운중을 찾았다. 중앙 현관을 들어서자 먼저 보이는 건 활짝 펼쳐진 우산 무더기와 캐리어였다. 우산은 이날 오전 학생들이 공동체활동 과정을 위해 마을산책 후 비 맞은 우산을 말리기 위한 것이었고, 캐리어는 이날 오후 귀가를 위해 미리 짐을 싸둔 것이었다.

현관에는 ‘스스로 빛나는 고운동체’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플래카드에 1학기 활동사진 수 백여 장이 출력돼 걸려 있었다. 플래카드 안에 보여진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표현한 모습들이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물장난을 치며, 목공도 배우고, 토론도 했다. 각양각색 활동모습에서 1학기 동안 학생들이 얼마나 신나게 놀고 공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방문했던 시각은 4교시로 ‘자기주도 프로젝트’ 학습시간이었다. 학교 2층 다목적 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수업은 ‘영화수업’ 이었다. 학생들은 원형으로 둘러 앉아 친구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감상했다. 고향을 찾아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던 친구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삶 일부를 담담히 소개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기주도 프로젝트’로 설정해 목표를 성취해 간다. 같은 시각 음악실에서는 한 학생이 전자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수업은 자율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학생의 자율성이 ‘고운중’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요가를 배우고, 만화책도 보며, 밴드활동뿐만 아니라 채소도 심고, 자전거도 타고, 마을에 있는 700살 노거수도 가꾼다.
 

평상 만들기 목공수업(위)과 생태 및 자전거 탐방 모습.
평상 만들기 목공수업(위)과 생태 및 자전거 탐방 모습.

 

◇다름과 내면의 이야기… 학생 성장 원동력

고운중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지난 7월 13일 개교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학교를 찾은 노옥희 교육감은 “3월초 입학 이후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의 발랄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생각나 마음이 울컥했다”고 밝혔었다.

고운중은 대안학교다. 일반학교에서 상처 받은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안학교의 궁극적인 지향점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김성보 교감의 말이다.

고운중에는 현재 1학년 19명(남9·여10)과 두남중에서 남은 3학년 2명 등 총 21명이 정원이다. 입학식 때 남녀 학생 10명씩 총 20명을 선발했지만, 남학생 1명이 유학가 19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등 보통교과 50%와 나머진 자율적으로 생태환경, 공동체 활동, 문화예술체험, 개별 프로젝트, 자기성장 프로젝트, 민주시민교육 , 생활체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은 사회통합전형(학교 부적응 학생)과 교육다양성전형으로 50대50의 구성비로 선발됐다. 학교폭력에 상처 받은 아이, 소심한 성격으로 스스로 고립된 아이, 대안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자기계발을 하고 싶은 아이 등이 학교에 다닌다.

양주훈(국어·대안교과부장) 교사는 “다양한 아이들이 학교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수렴해 나가고 있다”며 “자기주도 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표출된 내면의 이야기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1학년 담임인 황상수(사회·학생생활공동체부장) 교사는 한 사례를 들었다. “초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 한마디 못했던 학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기주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토론을 이끌어갈 정도로 적극적인 학생이 됐다”며 “교육이 아이를 치유하는 대안교육의 전형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 남학생 대표인 신채훈 군은 “커서 외교관이 되고 싶다“며 “아직 무엇을 할지 모르겠지만 학교와 친구들을 통해 ’외교관’의 꿈을 꿀 수 있었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어 “다음주 자기주도 프로젝트는 학교 주변의 풍경을 그려 보고 싶다”며 “학교가 너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신 군의 어머니는 “평소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우연히 고운중학교를 알게돼 입학할 수 있었다”며 “아이가 학교가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가 경쟁중심 교육에서 공존중심교육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운중 교사들이 대안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근(교무부장·목공 대안교과) 교사, 양주훈 교사, 김성보 교감, 황상수 교사. 시교육청 신재호 장학관.
고운중 교사들이 대안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준(교무부장·목공 대안교과) 교사, 양주훈 교사, 김성보 교감, 황상수 교사. 시교육청 신재호 장학관.

◇학부모 대안교육 다양성 원해…?오는 10일 고운중 입학설명회

울산에서 고운중을 통해 대안교육 다운 대안교육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선 대안교육 도입이 벌써 20년째다. 대안교육은 대안학교뿐만 아니라 홈스쿨링이나 에프터스콜레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시교육청이 학부모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대안교육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학부모 80% 이상이 대안교육을 바라고 있고, 차별화된 대안교육이 다양화 되길 원했다.

고운중처럼 ‘교육공동체’를 통한 학생의 소질을 개발하는 목적이 있는가 하면, 전신인 두남중·고처럼 ‘불량 학생’도 공평한 교육의 혜택을 통해 ‘성장의 사다리’가 돼 줄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두남중·고부터 고운중까지 상담을 맡고 있는 이화조 교사는 “대안교육을 학교 부적응을 보완하는 시선으로 볼 게 아니라 교육의 다양성의 한 갈래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상처 받은 아이건, 불량 학생이건 겪어야 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서 ‘대안교육’이 학생들에게 ‘지금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는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운중 김성보 교감은 “대안교육은 공교육의 효율적 시스템 안에서 책임 있고, 넓게 전개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학생중심의 자율적인 학교문화는 일반학교에서 또한 대안교육 과정 도입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감은 “오는 10일 시교육청 외솔회의실에서 고운중 입시설명회를 개최한다”며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인준 기자

1학년 남학생 대표 신채훈 군은 “커서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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