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폐기물을 위한 플라스마
깨끗한 폐기물을 위한 플라스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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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수요는 더 커지고, 폐기물 발생량은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삶의 질은 이에 따른 기후와 환경 문제로 오히려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는 에너지 생태계를 관리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고 폐기물 문제도 적절한 해법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오랫동안 있었고, 혁신적 방안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있었다. 플라스마(plasma, 일명 플라즈마) 기술이 그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플라스마는, 물질 내부의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고체 상태인 얼음이 액체 상태인 물이 되고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되듯이, 에너지의 증가로 전자와 이온까지 분리된 물질의 상태를 일컫는다. 즉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 상태이고, 우주 물질의 99% 이상이 이러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

태양은 우주의 대표적 플라스마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수소가 이온과 전자로 분리되어 플라스마 상태로 모여 있고, 태양 중심부에서는 수소 이온 4개가 결합하여 1개의 헬륨 원자로 되면서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만큼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플라스마 기술로 인공태양을 만들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플라스마 연구자들의 오랜 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한국형 초전도 토카막인 KSTAR를 완성하고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 건설에 참여하여 탄소 발생이 없는 깨끗한 핵융합 에너지 실현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번개도 대표적 자연 플라스마 현상의 하나다. 번개의 플라스마 현상을 제어하여 인공번개를 만들 수 있고, 그 강력한 에너지로 폐기물을 분해하여 가스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그 구성 원소가 주로 탄소, 수소, 산소이기 때문에 플라스마의 높은 열로 분해하여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가 주성분인 합성가스로 만들고, 연료전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일산화탄소는 다시 물과 반응시켜 수소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물질들도 플라스마의 고온으로 분해하거나, 용융 유리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플라스마에 의한 폐기물 처리는 깨끗한 폐기물 처리뿐만 아니라 폐기물에 잠재된 에너지를 끄집어낼 수 있는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공번개나 플라스마를 만들려면 전기를 많이 사용해야 하고 시설비를 엄청나게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마 폐기물 처리는 오랫동안 경제성 논란으로 기존의 폐기물 처리 기술보다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전과 달리, 사회·경제 및 기술적 상황이 바뀌어 폐기물 처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규제가 강화되고, 폐기물 처리비가 오르고, 고체산화연료전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폐기물을 이용한 플라스마 수소 및 전력 생산의 경제적 타당성과 경쟁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물론 폐기물 처리에 따른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플라스마 방식의 도입은 아직 많은 투자비와 운영비로 인해 이윤이 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폐기물에 의한 환경 문제 해결은 전 지구적 과제다. 또한, 우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친환경적 가치와 점점 더 부담이 커질 탄소중립을 위한 추가비용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플라스마 기술을 폐기물 처리에 도입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장 적절한 사회·경제적 방안이 될 것이다.

최용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플라즈마 기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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