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시장’ 水魔 휩쓸고 간 후 장날 직접 가보니
‘태화시장’ 水魔 휩쓸고 간 후 장날 직접 가보니
  • 정인준
  • 승인 2021.08.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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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까지 물 차올라… 다시 시작하려니 막막”상인회 “차바 소송때 20% 과실 인정, LH 책임 물어야”300여 점포 피해… 풍수해보험 가입 30~40%에 불과 중구 “전기·청소 등 80~90% 복구… 지원방법 찾겠다”
25일 장날을 맞은 태화시장, 수해복구가 거의 완료된 모습이다. 상인들은 “손님이 건네는 걱정과 위로의 말에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장날을 맞은 태화시장, 수해복구가 거의 완료된 모습이다. 상인들은 “손님이 건네는 걱정과 위로의 말에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을 받아야지. 못살아!”

태화시장에서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는 ‘부산선지국’ 조연아 사장은 절규하듯이 말했다. 25일 오후 3시께 조 사장은 오늘 첫 끼라며 식당 도우미 2명과 함께 ‘모래알 같은’ 김밥을 씹어 넘겼다. 부산선지국은 태화시장에서 이름난 맛집. 넉넉히 선지국을 먹고, 부족하면 또 그만큼 무료로 채워준다. 그런 식당이 집기를 다 들어내고 휑한 식당자리만 남았다.

조 사장은 물이 허리 높이만큼 차올랐다며 식당안 흔적을 보여줬다. 혹시 풍수해 보험을 들었느냐고 묻자 “장사가 안돼 도우미 두 분의 월급도 못주고 있는데, 무슨 보험이냐”고 울먹였다. 상인회에서 보험을 들라고 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고작 1~2만원 하는 보험료낼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 못한 것도 아닌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려니 억울하다”며 “이 피해를 보상 받아야 그나마 희망이라도 있지, 그렇지 못하면 못산다”고 한탄했다.

이날 태화시장은 장날이었다. 지난 24일 새벽 태풍 오마이스가 할퀸 상처를 뒤로 하고 상인들은 다시 문을 열었다. 울긋불긋 파라솔이 다시 쳐졌고, 혹시나 하고 남창에서 오이 등 채소를 팔러온 할머니도 좌판을 열었다.

부산선지국 조연아 사장이 태풍 피해로 물이 식당안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선지국 조연아 사장이 태풍 피해로 물이 식당안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장에서 과일점을 운영하는 조카를 보러 언양에서 온 한 할머니는 “뉴스에서 물난리 소식을 듣고 걱정이돼 일부러 왔다”며 “다시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생선과 양파 등을 산 김모(여)씨는 “지나가다 시장이 열려 반가운 마음에 저녁 찬거리를 샀다”며 “시장상인들이 아픔을 털고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닭강정 등 먹거리점을 운영하는 이순덕 사장은 “속마음이 시커멓게 탔지만 그래도 일단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며 “오늘 장날은 손님이 절반도 안 됐지만, 모두가 격려와 걱정을 함께 해줘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태화시장은 일부를 제외하고 외견상 수마의 흔적을 씻어낸 것으로 보였다. 울산 중구청은 시장초입에 태풍피해상황실을 설치해 피해집계와 회복을 지원했다. 이날 중구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53명) 등 총 128명을 투입해 지하침수 시설을 회복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피해를 걷어냈다. 또 한국동서발전은 자원봉사단을 투입해 전기사용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을 지원했다.

피해상황실을 총괄한 노선숙(일자리경제국) 국장은 “현재 80~90%가 피해복구 됐다”며 “피해복구와 함께 수인성 전염병 차단을 위한 방역도 실시해 구민의 건강도 함께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액은 집계 중이며, 집계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피해지원 방법을 찾겠다”며 “수해를 입을 주민들과 아픔을 같이 하면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태화시장상인회(회장 박문점)도 역시 피해액을 집계하고 있다. 상인회 권영오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상인들은 현재 지난 태풍 차바 대의 손해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물난리를 겪어 피해가 가중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공식적인 피해액 집계가 나오지 않아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상인들은 피해보상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하다”며 “상인회에서 피해보상에 대한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데, 지난 태풍 차바 피해보상 소송 때 법원이 20% 과실을 인정해 배상판결을 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서 풍수해보험을 말하는 데 전체 상인중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곳은 30~40%선에 불과 하다”며 “이분 들은 보험이 도움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상인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울산시나 중구청 등 관계기관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태화시장상인회에 따르면 노점 45곳을 포함해 180여 상인이 상인회에 가입돼 있다. 이를 포함해 이번 태풍 피해를 입은 곳은 태화시장 일대 300여 점포로 파악되고 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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