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동행하는 작은학교
마을과 동행하는 작은학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2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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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어느 날, 여름방학 중이라 소식이 뜸한 ‘작은학교 마을교육공동체’ 업무 담당 교사들과 소통하는 카톡방에 “여름방학 잘 보내고 계십니까? 코로나19 조심하시고 즐거운 여름방학 보내세요.”라고 안부 말씀을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까똑! 까똑!’ 답장 알림이 꼬리를 물었다. 작은학교 마을교육공동체(이하 마을교육공동체) 업무 담당 교사와의 소통이 이렇게 편안해진 요즈음. 다소 서먹서먹하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활동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학교별 마을교육공동체 담당자와 만난 때는 3월 18일. 강남교육지원청 중마루에서 첫인사를 나누고, 학교별 현황을 공유했다. 학교별 500만원씩의 지원 예산과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계획을 논의하면서 역량강화 연수와 ‘찾아가는 컨설팅·간담회’도 제안했다.

4월 17일에는 학교별 마을교육공동체 담당자와 마을주민대표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울산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에서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박환조 상북중 선생님과 센터장님이 넘치는 에너지로 강의해주셨고, 센터 체험활동까지 완벽하게 해낸 참석자들의 연수 후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5월이 시작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운영계획서 제출일이 다가왔다. 학교별 운영계획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찾아가는 컨설팅과 간담회를 추진할 차례였다. 공문으로 미리 안내는 했지만 학교 담당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학교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지원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해결방안을 찾아냈다.

업무 담당 교사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계획수립을 위한 컨설팅이나 간담회를 실시해 보실는지요?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빈틈없이 준비해서 학교로 찾아가겠습니다. 강남교육지원청 소속인 저를 한번 이용해 보세요. 최선을 다해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담당자들은 순간 멈칫하면서도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결국 컨설팅은 장생포초, 두서초, 척과초에서 신청했고, 간담회는 장생포초, 두서초에서 신청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생포초 지원 활동이다.

5월 말에 장생포초를 방문, 컨설팅을 실시했다. 장생포초는 학교 앞 ‘고래문화창고’를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싶어 했고, ‘고래문화창고’ 담당자와의 만남도 원했다. 순간 나의 할 일이 빛의 속도로 떠올랐고, 남구청, 고래문화창고 문화예술팀장과 연락하여 간담회 실시 공문을 보내고, 6월 1일 열리는 간담회 참석을 부탁드렸다.

6월 1일, 장생포초 마을교육공동체 간담회를 하는 날은 아침부터 걱정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도서관에서 고래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남구청 담당자, 학교 관리자, 행정실장, 마을주민, 시교육청 장학사와 주무관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교육공동체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먼저 고래문화창고 활용과 남구청 지원사업에 대한 안내를 들었고, 학생들을 위한 예술, 진로, 선상(船上) 졸업식 등 마을 자원을 활용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를 편안하게 논의했다. 시교육청 김용진 장학사님과 최지영 주무관님은 준비물품을 주차장에서 도서관까지 직접 옮겨주셨고, 현수막 설치와 도서관 좌석 배치까지 도와주셨다. 늘 자신보다 남을 앞세우시는 김용진 장학사님의 모습은 하나의 감동이었다.

간담회 이후 장생포초는 마을교육공동체 계획을 멋지게 수립했고, 7월 14일 드디어 작은 어촌마을의 ‘고래문화창고’로 내려갔다. 남구청의 ‘2021년 마을이 반짝반짝, 1인 1악기 지원사업’과 강남교육지원청의 ‘작은학교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을 연계한 학교 문화예술 교육과정 운영 결과를 고래문화창고 1층 필로티를 활용, ‘장생포 비긴 어게인’이라는 이름의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객석 어느 학부모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와~ 바람 시원한 바닷가에서 맛보는 이런 경험은 장생포초만 가능한 거데이. 고래문화창고도 생기고, 장생포 마을이 참 좋네. 우리 아들 너무 멋지다. 언제 저만큼 컸노!”

강남교육지원청이 작은학교 성장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마을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이 마을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 틀림없다. 비록 아직은 작고 미흡하지만….

여정은 울산광역시 강남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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