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온 마을이 키우는 아이, 중구 혁신교육에 물들다
[기획]온 마을이 키우는 아이, 중구 혁신교육에 물들다
  • 정인준
  • 승인 2021.08.2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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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서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중요해졌다. 원격수업과 같이 학교를 가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아이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사회성을 키우고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시 중구는 2018년 ‘중구형 혁신교육 정책’을 수립한 후, 2019년 7월 ‘울산시 중구 혁신교육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본격적인 혁신교육도시 만들기에 돌입했다. 같은 달 중구는 울산지역 지자체 최초로 울산시교육청과 서로나눔교육지구(혁신교육지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중구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미래형 교육협력지구’에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정됐다.

혁신교육은 중구가 울산지역에서 최초로 시작했지만,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비교할 때 10년 가까이 늦은 것도 사실이다. 중구는 타지역과 비교해 늦게 출발했음을 인식하고 질적으로 양적으로도 속도감 있게 ‘혁신교육 정책’을 추진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중구는 그동안 축적된 정책적 자산을 밑바탕으로 ‘혁신교육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병영1동 마을교육공동체인 ‘아이재미’에서 아이들이 홍성지 대표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병영1동 마을교육공동체인 ‘아이재미’에서 아이들이 홍성지 대표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친구 엄마가 마을교사, 교육복지 사각지대 틈새 역할 ‘톡톡’

혁신교육은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교육시스템이다. 과학자, 소설가, 화가·음악 등 예술가, 농부, 엄마·아빠 등이 ‘마을교육공동체’에서 학생들을 맞아 생생한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혁신교육이 학교 방과후 활동으로 쉽게 생각될 수 있지만, 마을교육공동체 교사들이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학교도 마을교육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교육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온 마을의 아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교육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학교에서 교육 외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체험활동들을 마을교육공동체에서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자기계발을 돕고 있는 것이다.

병영1동 마을교육공동체인 ‘아이재미’(대표 홍성지)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홍성지 대표 그 자신도 남매를 둔 엄마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특기인 사진촬영을 살려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 전체 5명의 마을교사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팀 빌딩 놀이교육 △그림책을 통한 경제교육 △코딩보드게임 교육 △켈리그라피 △미술놀이·창의놀이·만들기 등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지만 부모합산 소득이 기본소득 수준이다. 이 아이들은 교육복지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데, 마을교육공동체가 교육을 담당함으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구 13개동 전체 마을교육공동체 구성… 마을교사 3년새 3배 급증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교육협의체의 중심역할을 수행한다. 마을교육협의체는 마을교사·학생·학교·지자체·주민 등으로 구성된 거버넌스다. 2019년 중구형 혁신교육 출범당시 마을교육협의체는 6곳에서 지난해 7곳으로, 올해는 중구지역 13개 행정동 전체로 확대됐다. 그야말로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체계’가 구축됐다.

마을교육협의체는 그 마을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협의체를 살펴보면 △반려식물 키우기(학성동) △반구시장 경제체험교육(반구1동) △스마트 학습체험(반구2동) △아나바다 운영(복산1동) △3D프린팅 교육(복산2동) △우리동네 알기(중앙동) △우정동 프로젝트 △태화동 전시회 △홍보대사 활동(다운동) △우리 동네 왕 찾기(병영1동) △황방산 지킴이(병영2동) △약사동 뿌리 알기 등 다양하다.

마을교사들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을교사는 2019년 33명에서 지난해 86명, 올해 109명으로 3년새 3배 정도 증가했다. 마을교사들이 개발한 교육과정도 지난해 62개 프로그램에서 올해 79개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혁신교육이 만든 마을교육 프로그램은 학교로 들어가 마을교육과 학교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마을교육 프로그램은 2019년 단발성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했으나 지난해 중구지역 11개(71학급) 초등학교에서 1천655명이 교육을 받았고, 올해는 초등학교 16개교(570개 학급)에서 1만2천407명을 교육한다.

지난 17일 중구 컨벤션에서 개최된 마을교사 양성교육에 참석한 박태완 중구청장이 교육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중구형 혁신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마을교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7일 중구 컨벤션에서 개최된 마을교사 양성교육에 참석한 박태완 중구청장이 교육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중구형 혁신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마을교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을교육 프로그램 학교 교육도 늘어

중구형 혁신교육은 시교육청과 함께 하는 ‘서로나눔교육지구’(이하 혁신지구)와 교육부 ‘미래형 교육협력지구’(미래교육지구)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혁신지구는 △학교연계형 △맞춤돌봄(이상 필수사업) △지역브랜드개발(공동체 기능회복) △혁신도시공공기관(교육도시 개발) △혁신교육환경 구축(공동체 공간 지원·이상 지역특화사업) 등 5개 주요사업을 통해 △초등 창의체험 △중등 자유학년제 △고등 고교학점제 등 10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교육지구는 △지역브랜드개발(교육 인프라 강화) △혁신도시 공공기관(교육도시 연결) △혁신교육환경 구축(혁신교육문화 확산) 등 3개 주요사업으로 8개 세부사업을 추진한다.

두 개의 사업은 학생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혁신교육 공간 확보, 문화확산 등이 핵심이다.

◇마을교육 공통교재 중구 지역사 편찬 작업… 혁신교육 플랫폼 구축도

특히 중구는 올해 지역브랜드 개발 신규사업으로 ‘중구마을교과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초등 3~4학년 지역사 교육과정을 더욱 폭 넓게 교육할 수 있도록 ‘지역사’를 편찬하는 작업인데, 여기에는 대학교수, 관내 초등학교장, 교사, 마을교사, 향토사학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중구형 혁신교육은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학생들에게 총투입 하는 것이다. 중구는 올해 마을교사 양성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학교 연계교육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혁신교육 플랫폼’도 만들어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구 교육혁신과 정지향 계장은 “새롭게 편찬하는 중구역사는 마을교육공동체 전체에서 공통과목으로 교육하고, 초등학교 지역사 교재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혁신교육 플랫폼은 중구형 혁신교육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아쉬운 것은 마을교육공동체가 교육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구 전체에 ‘열려라 참깨 공방’과 같은 지역 거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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