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 박동환
바람개비 / 박동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19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람개비 / 박동환

바람 불면

치자꽃 향기 진하게

마음속에 맴도는데

알 수 없는 속마음은

바람개비처럼 돌아갑니다

박동환 시인의 디카시 《바람개비》를 감상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맴도는 속마음을 왜 알 수 없는지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고 시인은 말해 놓고 있습니다.

참 궁금합니다. 아마 여러 갈래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생각에 생각을 겹쳐 돌리고 있나 봅니다.

속마음이란 말을 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요. 치자꽃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으면 얼마나 짙은 향기가 날까요? 마음속에 감춘 속마음이 무엇인지 몰라도 치자꽃 향기처럼 좋은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치자꽃 꽃말은 청결이라고 합니다. 꽃의 모양과 색 향기는 모두 어느 꽃에 지지 않을 만큼 멋집니다.

특히 꽃향기가 진하며 늦은 가을에 익은 열매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염색 원료입니다.

저희 시집에는 제사음식을 꼭 이 치자 불린 물에 밀가루를 풀어 이 옷을 입힌 다음 제사상에 올립니다. 전이라는 전은 모두 노란 옷을 입고 얌전하게 제사상에 올라가 있습니다. 솜씨가 전혀 없는 저도 이 치자 물 옷을 입힌 전을 해놓고 보면 솜씨가 좋은 며느리처럼 느껴집니다. 고운 색에 단아하게 느껴지는 음식들 앞에 치자 물이 왜 필요한지를 매번 느낍니다.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지 한 송이면 넓은 마당을 가득 채웁니다.

뜨거운 여름이 꺾이기 시작하는 8월입니다. 치자꽃 열매도 이제는 향기 짙은 꽃잎을 떠나보내고 열매로 단단하게 굳어져 가는 시기입니다. 여름 동안 여러 갈래 흔들렸던 마음들이었다면 이제는 새롭게 다잡고 가을을 시작할 때입니다.

힘든 여름을 떠나보내고 나면 치자꽃 향기처럼 짙은 가을이 우리 곁을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들 힘드셨을 텐데 가을은 치자꽃 여인처럼 멋스럽게 보내고 싶습니다. 제발 그런 좋은 시절이 오길 기다려집니다. 바람개비처럼 속마음 돌리지 말고 오로지 한마음으로 꼿꼿하게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글=박해경 시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