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가는 소상공인 (10) 부광 사진관 김영혹 대표]“사람들 기억 속에 있는 사진관이고 싶어”
[제일가는 소상공인 (10) 부광 사진관 김영혹 대표]“사람들 기억 속에 있는 사진관이고 싶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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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 디지털 못 따라와
프린터가 아니라 음영 고수하고파
사진관 다 없어져도 한 곳은 필요”
필름 카메라를 인화한 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김영혹 대표.
필름 카메라를 인화한 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김영혹 대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요즘, 쉽게 찍는 편안함이 있지만, 쉽게 삭제돼 기록하기가 힘든 아쉬움도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부광사진관’(울산시 남구 왕생로66번길 30 1층)을 찾았다.

그곳에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김영혹(59) 대표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후 시간강사로 지내던 김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물리학을 강의하고 있는데 너무 배가 고픈 거예요. 수입이 적었죠. 취직을 하러 서울에 올라가 하숙을 했는데 근처에 사진관이 있었어요. 사진관 대표가 경주 출신이라고 해서 친숙함에 자주 놀러 갔죠. 내 한 달 봉급을 이 친구는 하루에 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관련된 일을 해보자’해서 필름 영업직을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1990년대 초반부터 필름 영업직을 시작하게 된 김 대표는 1995년 울산에 내려온 뒤 대리점을 거쳐, 2000년 초반에 삼산동 디자인 거리에 영업사원의 노하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자 카메라 장비들을 구매할 수 있는 사진관을 열었고, 지난해까지 운영을 해왔다. 부광사진관이라고 하면 카메라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져 이전한 부광 사진관.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져 이전한 부광 사진관.

 

디지털 시대가 오기 전 디지털을 준비했던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무작정 기계를 샀어요. 아날로그의 가장 큰 문제는 사진이 수정이 안된다는 부분이었는데 디지털은 복원이 가능했죠.”

해외에서 들어오는 카메라 장비들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운영한 덕분에 김 대표에게는 IMF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피해 가지 못했다. 경영 악화로 사진관을 디자인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구암문구 옆으로 이전을 하게 되자, 김 대표는 딱 1년만 더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1년만 더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에서였다.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김영혹 대표의 선택은 계속해서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게 젊은 사람들이 못 느껴봤던걸 느껴보는 것 같아요. 사진 색깔이 나오는 게 디지털 카메라로 추구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어요. 프린터가 아니라 음영을 고수하고 싶은 거죠. 울산에 하나는 그대로 남아있는 사진관, 사람들 기억 속에 있는 사진관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김영혹 대표의 눈빛에서는 힘들지만, 또 다른 희망의 빛을 밝히고 있었다.

편안한 디지털 시대에 가끔씩은 옛날이 그리워진다. 언제 가도 항상 그 자리에는 부광사진관이 자리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록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사진관이길 바란다.

글=방송인 김언지·정다혜

부광사진관의 입구에 일회용 사진기와 필름으로 장식해 놓은 모습.
부광사진관의 입구에 일회용 사진기와 필름으로 장식해 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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