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영의 ‘학의 금빛 날갯짓-나르샤’
김언영의 ‘학의 금빛 날갯짓-나르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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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두루미라 부르는 학(鶴)이 유명한 지역이었다. 회학, 비학, 삼학촌, 무학산 등 지명에서 추정할 수 있다. 태화강을 비롯해 동천, 서천, 내황, 외황, 회야 등 여러 개의 강이 발달한 영향이 컸다. 강은 하류에 거대한 습지 환경을 만들었고, 그런 환경을 서식지로 찾는 물새들은 자연적이었다.

물새 중의 으뜸은 학이다. 고려 전기부터 ‘학성(鶴城)’이란 지명이 울산의 별호(別號)로 생긴 것은 강이 만든 습지 때문이었다. 현재의 발전된 환경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계변 천신’ 이야기는 쌍학(雙鶴) 설화에서 시작된다. 울산 울주군 웅촌면 천성산(千聖山)에 있는 운흥사(雲興寺) 운흥동천(雲興洞天)에는 학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은 환학교(喚鶴橋)가 있었다. 언양 대곡 집청정 앞 대곡천 반구암(盤龜巖)에는 운암(雲巖) 최신기(崔信基, 1673∼1737)의 작품 학소대(鶴巢臺)가 있다. 눌제(訥齊) 곽전(郭?, 1837∼1911)은 이 그림을 보고 ‘학소대’란 시(詩)를 남겼다.

필자가 소장한 8폭 병풍에는 양산학춤으로 4대를 이어온 가계에서 2, 3대가 춤추는 장면이 담겨있다. 1984년 국제(菊齊) 이종득(李鐘得)이 선친에게 선물로 준 것으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울산문화원(현 남구문화원) 원장실에 펼쳐져 있었다.

1991년에 개관한 ‘이천 시립 월전미술관’은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2~2005)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미술관의 콘셉트는 ‘음과 양의 공간’, ‘달의 공간’, ‘비상하는 학(鶴)의 공간’이다. 특히 ‘비상하는 학의 공간’은 설봉공원에서 미술관 본관으로 들어가는 이미지를 학의 비상하는 날갯짓으로 표현했다.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는 일명 ‘물의 다리’로 마치 학의 다리를 떠올리게 한다.

2017년, 문화체험공간으로 문을 연 울산 남구 태화강변의 ‘태화강 동굴피아’ 광장에는 조형물 ‘황금의 학’ 한 쌍이 두 날개를 활짝 펴서 우쭐우쭐 춤을 추고 있다. 학의 날갯짓은 삿된 것을 물리치고 좋은 일을 불러들이는 벽사진경의 행동이다. 학은 도심 속 생태 학습장의 주인공이다.

김언영 작가는 2021년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가기 사진갤러리에서 제11회 개인전 〈나르샤〉를 열었다.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를 뜻하는 순수한글로 ‘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그는 울산예술고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 대구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0회의 개인전과 초대 개인전, 150여 회의 단체전과 기획전의 경력이 있다. 이번 전시회는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텍스타일패션디자인학과 석사학위 청구전을 겸했다. 작가는 김언배(텍스타일패션디자인 전공) 지도교수의 소개로 필자와 소통하게 됐다.

이번 김 작가 전시회의 대표 작품 ‘대대손손(代代孫孫=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자손)’은 양산학춤으로 4대를 이어온 가계 그림이 그 바탕이다. 38년 전 2, 3대가 춤추는 장면이 그려진 바탕에 1대(증조부)와 4대(김성수)를 더해 시대를 덧입혔다. 늙은 소나무 배경에 이어 본래 있었던 그림처럼 연결했으나, 인물의 묘사와 옷자락의 필치는 기존의 것보다 훨씬 섬세하다. 자세히 보면 양쪽 소맷자락에 학의 깃털이 표현돼 있다. 4대는 1~3대보다 세련된 의상으로 시대성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대대손손이란 작품의 구상과 완성은 지도교수가 늘 지닌 생각 ‘지역 문화유산의 세계화 전략’ 강의를 통해 완성된 작품이라 귀띔했다. 덧붙여 울산 토박이이면서도 학과 인연이 늦은 이유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학이 지닌 여러 상징성과 신성한 기운을 현대에 활용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울산학춤’을 좋아하는 그는 현재 중구 태화동에서 ‘지원채색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김언영 작가를 응원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철새홍보관 관장·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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