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맛대로 재배하는 ‘맞춤형 채소’
내 입맛대로 재배하는 ‘맞춤형 채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8.0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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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생육 부진과 냉해 피해 등으로 겨울 대파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월 하순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4~5배가량 치솟았다. 한때 대파 최고 소매가격이 kg당 1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래서 파테크(파+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졌다. 너무나 오른 대파 가격에 자주 사 먹을 엄두가 안 나서 집에서 직접 길러 먹자는 취지다. 지금은 팟값이 내렸지만 파테크는 지속되고 있다. 파테크는 집에 갇혀 지내는 어르신들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파와 양파 등 양념 채소들의 가격이 크게 내렸지만, 최근 물가상승 추세가 심상치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식물재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쌉쌀한 맛이 더 강하거나 장시간 보관이 가능한 상추를 직접 키우려면 수분과 양분, 빛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좀 더 부드럽고 쓴맛이 덜한 케일을 손쉽게 재배할 수는 없을까?” 집에서 식물을 직접 길러 먹는 소비자들이라면 한 번쯤 품어봄직한 생각이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빛, 수분, 온도 환경을 제공해 집에서 간편하게 일상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식물재배기로는 맞춤형 재배 레시피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팜은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을 일컫는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 습도, 햇볕 양, 이산화탄소, 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제어 장치를 구동하여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킨다. 식물 재배에 미치는 환경 요인들을 센서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구현한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 관리도 가능하다. 스마트팜으로 농업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걸쳐 생산성과 효율성 및 품질 향상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다.

KOTR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시장은 네덜란드와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엔 바이엘 등 농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팜 연구는 기존 기술에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진일보했다. 구글은 AI를 적용한 과일 수확 로봇이나 자동 분사 드론을 연구 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은 식물의 맛이나 색감을 맞춤형으로 조절하도록 재배 환경을 미세하게 구현하는 푸드 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해 듣듯, 원하는 식물 재배 레시피도 뚝딱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머지않은 시일에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국내에서도 빛이나 온도,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어하는 동시에 센서를 이용해 재배 환경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수집·분석하고 식물 생육이나 특정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활용한다. 적색과 청색, 백색 LED를 모두 갖춰 사용자가 광량과 광질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식물의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한 특정 조건을 도출하는 식물 재배 레시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스마트팜 기술에 데이터 공유, AI 분석을 결합하면 식물의 생육 및 성분 특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곧 밝혀질 것이다.

이미 식량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고, 국민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턱없이 좁은 농지를 보유한 대한민국이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면 스마트팜 등의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농산물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생육 환경과 농사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벼농사, 채소와 과일 재배, 가축 사육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에. 우리 땅에서 지속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탄소중립 실천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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