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제비 / 류영근
[디카+詩] 제비 / 류영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2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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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 류영근

파란불이다

어서 가

박씨 물고 와라

사진을 보면 커다란 잿빛 구름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일반적인 구름이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디카시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목에 제비가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커다란 제비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기막힌 조연이 등장합니다.

바로 신호등의 파란불입니다. 그것도 좌회전 신호가 제비의 날아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합니다. 정말 감탄이 나오는 순간 포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디카시의 묘미 중 가장 극적인 부분이 이런 순간 포착으로 이루어진 생각이 필요 없는 시구입니다. 마지막 행은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를 생각하며 박씨를 거론합니다.

흥부전에서 제비는 구렁이를 피하다 떨어져 다리를 다치지만 흥부가 지극정성으로 다리를 치료해주어, 남쪽으로 날아간 제비가 다시 돌아와서 금은보화가 가득 든 박씨를 가져다준다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본 전래동화입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의 주된 이야기는 권선징악에 있습니다.

아마도 옛날 사람들은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되는 이러한 이야기를 가지고 백성들을 계몽하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전래동화의 이야기가 어린아이들만의 교육에 필요한 책이 아닌 어른들도 가지고 따라야 할 바른 심성이 아닐까요?

류영근 님의 디카시 「제비」를 읽으면서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국에 제비가 빨리 날아가서 좋은 소식을 가득 품은 박씨 하나 가져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긴 듯 느껴집니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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