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⑦ 태극 종주 도중에 입은 중화상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⑦ 태극 종주 도중에 입은 중화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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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 2모작 프로젝트

지난해만 하더라도 회사에서 정년퇴직하면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기반으로 폴리텍대학이나 여타 교육기관에서 재능기부를 하면서 인생을 멋지게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런 계획도 회사의 희망퇴직 프로그램 때문에 뒤틀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10년 일찍 찾아온 셈이 되었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듯이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잘됐다 싶기도 했다. 다르게 생각해보니, 회사에 대해 가졌던 배신감은 무한한 고마움으로 변해 있었다. 나에게 인생 2모작의 기회를 더 빨리 주고 새로운 도전과 시험에 들게 했으니 말이다.

나는 사실 긍정과 열정의 아이콘을 빼고 나면 속된말로 시체나 다름없다. 누구 못지않게 긍정의 힘을 굳게 믿는다. 아니 몸소 실천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폴리텍대학과 군산대학교, 현중(현대중공업) 공과대학에 이르기까지 대학 강단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기에 강단에 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3. 인생은 위기의 연속

현중 공과대학 교수 시절 학생들과의 끈끈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쉽 쉐이들’이란 모임에서 영남알프스 태극 종주에 도전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번에는 2박 3일 만에 절반 이상을 마친 바 있어서 이번에는 2월 3일부터 5일까지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가지산 석남터널에서 출발해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을 거쳐 아랫재까지 가는 길이 첫 구간이었다.

산행 도중 점심시간이 되어 꽤 넓은 장소를 골라 6명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삼겹살에 소주도 한 잔씩 걸칠 겸 제자와 함께 고기를 굽기로 했다. 일행이 식사하는 사이 나는 프라이팬으로 초벌구이를 하고 왼편에 있던 제자는 가스버너 위에 돌판을 올려놓고 초벌구이한 고기를 맛나게 구워 소주 한 잔을 곁들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덮친 후폭풍으로 6명 모두가 뒤로 나자빠진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의 얼굴은 화끈거려 왔고 입술은 익어서 아무 느낌이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6명 가운데 3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고, 나와 나머지 2명은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큰 피해자였다. 가스버너 바로 옆에 있었던 탓에 가스통이 폭발하면서 직격탄을 맞아야 했던 것이다. 급하게 물티슈에 찬물을 부어 얼굴 마사지를 하고 그 자리에서 철수해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참사였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곧바로 119를 불러야 했지만, 고민이 생겼다. 만일에 119를 부르면 사고지점 근처에 헬기장이 있어 손쉽게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난감해져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조금 전에 우리가 올랐던 가지산을 지나 석남터널까지 죽는 줄도 모르고 거의 뛰다시피 내려갔다. 도중에 셀카를 찍어서 얼굴을 보니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힘차게 휘날리던 눈썹은 홀라당 다 타버리고, 얼굴은 쭈글쭈글해지고, 입술은 두툼하게 부어 있고, 얼른 보아도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냉정하게 판단하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했다. 자칫 잘못 결정하면 엄청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평소 같으면 2시간 정도 걸렸을 석남터널까지의 하산 길을 1시간 30분 만에 내려와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만, 울산 근교에는 화상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 없었다.

그나마 동강병원이나 동천병원에서는 화상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집 근처 동천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응급치료부터 받았다. 입원 첫날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얼굴과 양손을 보니 완전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⑧편으로 이어짐

권순두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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