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외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교육복지 안전망 구축
[기획] 소외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교육복지 안전망 구축
  • 정인준
  • 승인 2021.07.2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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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학교교육복지안전망센터 시범운영
-법정 기준 외 사각지대 학생들에게도 도움의 손길
-상반기 발굴학생 강북 38명·강남 31명 등 69명

사례1. 지난달 울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어린이회가 주도해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2명의 학생을 위해 성금을 모아 각각 502만원씩 1천4만원을 전달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참여한 모금은 투병 중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학교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밝고 명랑해 아프기 전 친구들 사이에서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였다. 투병 중에도 원격수업으로 진행한 e-학습터에 한 번도 결석 없이 참가해 공부했다. 여기까지가 ‘훈훈한 미담’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본보 6월 16일자 15면 머리기사>

하지만 속 내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아이는 백혈병을, 한 아이는 구리(Cu)대사장애을 앓고 있다. 어느 순간 찾아온 병마는 이 학생들의 가정을 파탄시켰다. 겉으론 중산층으로 남부럽지 않지만, 병간호를 위해 부모들은 생업을 중단해야 했고,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게 들어갈 치료비는 집을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때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육복지안전망센터’ 교육복지사들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교육복지사들은 ‘위기가정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또 병원비와 함께 수술비 지원을 위해 복지지원기관과 지역사회복지기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 결과 공동모금회,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으로부터 지원을 이끌어 냈다. 다행히 두 아이의 수술비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사례2. “선생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로 시작하는 감사의 편지는 졸지에 국제 미아가 된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올해 20살인 이 학생은 베트남 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왔다가 미아 아닌 미아가 됐다. 울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기쁨도 잠시였다. 영어를 잘해 울산외고에 입학했던 이 학생은 학비부담 때문에 어머니가 안동으로 돈을 벌러 떠난 후 연락이 두절되면서 미아가 돼버렸다. 결국 이 학생은 울산외고에서 울산의 한 고등학교로 전학을 했지만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암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육복지안전망센터 교육복지사들은 이 학생의 자립을 위해 지역사회자원과 연계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하길 수십 차례, 시민교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시설에 입소시켜 주거를 안정시키고, 월드비전으로부터 긴급생활자금 100만원을 지원한 다음 카톨릭사목회로부터 매달 30만원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학생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마늘까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교육복지안전망센터는 벌써부터 알아야 할 ‘민생고’를 해결함으로써, 이 학생이 자신의 꿈을 향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일러스트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이 학생은 대학진학과 함께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난치병 투병 중인 친구 2명을 돕기 위해 전교 어린이회가 모금활동을 벌여 1천4만원을 전달했다.
지난달 난치병 투병 중인 친구 2명을 돕기 위해 전교 어린이회가 모금활동을 벌여 1천4만원을 전달했다.

 

촘촘한 교육복지 안전망이 시작됐다. 법정교육복지 대상 학생 외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안전망이다. 위의 두 사례는 모두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지원한 것이다. 올해 초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학교교육복지안전망센터’는 강북·강남교육지원청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 중 이렇게 발굴된 학생들은 강북 38명, 강남 31명 등 총 69명에 달한다. 기존 법정 기준에 든 학생들에겐 더욱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물론 법정기준 외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 교육복지가 지원되고 있다. 지금까지 법정기준의 잣대에서 소외됐던 학생들에게 국가와 지역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코로나19 상황에서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경제활동의 위축은 실직이나 자영업의 몰락으로 이어져 가정경제가 순식간에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취약계층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취약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나타났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격차나 학습결손 등은 ‘부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등히 교육받을 권리라는 헌법의 가치를 훼손했다. 사회는 이를 미래국가의 손실로 심각히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육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더욱 촘촘한 교육복지를 위해 ‘학교교육복지안전망센터’가 구축됐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학생 15만여명 중 법정지원대상인 중위소득 60% 이하 학생은 1만1천여명으로 전체의 약 9%에 달한다. 학생 10명 중 1명은 취약계층이란 뜻이다. 이 학생들은 지자체와 학교로부터 법적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법정지원대상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는 ‘교육복지우선학교’로 지정돼 학교에 배치된 교육복지사들로부터 지역사회자원과 연계된 복지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울산에서 교육복지우선학교로 지정된 곳은 총 27개 학교로 강북교육지원청이 14개교(초등6·중등8), 강남교육지원청이 13개교(초등4·중등5·고등3)다.

교육복지우선학교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생들은 평균 1개 학교에 100여명 정도다. 따라서 23개 교육복지우선학교 학생 2천300여명을 제외하면 8천700여명의 취약계층 학생들이 ‘교육복지우선학교’에서 소외돼 있고, 상대적으로 교육복지 혜택을 덜 받고 있는 셈이다.

이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구축된 곳이 ‘교육복지안전망센터’라고 보면 된다.

베트남에서 어머니를 찾아 왔다 미아가 된 학생이 교육복지안전망센터를 통해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베트남에서 어머니를 찾아 왔다 미아가 된 학생이 교육복지안전망센터를 통해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더 넓게 더 깊게 교육복지 혜택 제공

교육복지안전망센터의 설립의 가장 큰 이유는 법정지원대상 외 ‘위기상황’에 놓인 교육복지 사각지대 학생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법정지원대상 학생은 어떻게든 법적지원 테두리안에 속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복지 사각지대는 발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부족해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취약계층이란 신체적, 경제적, 문화적 여건 등으로 인해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기회가 제한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기회로부터 배제되기 쉬운 학생을 의미한다.

△경제적 취약학생 △한부모가족의 자녀 △북한이탈주민의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기초학력부진학생·느린학습자 △특수교육대상학생 △난민인정자의 자녀 △학교폭력·각종 재해·재난, 감염병 등으로 인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말한다.

강북·강남교육지원청 교육복지안전망센터는 올해 첫 시범사업 중 상반기에만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우선 지역사회자원 연계를 통해 지원재원을 확보해 냈다.

원격교육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LG유플러스 등을 통해 스마트기기를 지원했고, 어린이날 등 각종 기념일에 간식꾸러미 전달, 안과진료·안경전달, 결식예방 꾸러미, 생리대 등 여성용품 꾸러미, 생계지원 반찬전달 등 직접적인 현물지원뿐 아니라 위기가정 학생에 긴급생계비나 장학금, 꿈지원금 등으로 교육복지 수준을 더 넓게, 더 심층적으로 파고 들었다.

울산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보편적 교육복지를 완성하며 ‘교육복지 불모지’란 오명을 벗고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복지’를 달성했다. 학교교육복지사들은 지역사회자원을 이끌어내 취약계층 학생들을 통 크게 지원함으로써, 사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교육복지 저명 매거진에 소개되면서 ‘학교교육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노옥희 교육감은 울산의 교육복지 시스템을 바탕으로 더욱 촘촘한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지난해 교육부에 교육복지사를 각급 학교에 배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학교교육복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학교교육복지안전망센터’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했다.

강북교육지원청 교육복지안전망센터는 원격수업을 위해 컴퓨터가 없는 가정에 컴퓨터 설치를 지원했다.
강북교육지원청 교육복지안전망센터는 원격수업을 위해 컴퓨터가 없는 가정에 컴퓨터 설치를 지원했다.

 

◇교육복지 사각지대 발굴 학교·지역사회 관심 필요

교육복지 사각지대는 경제적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또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가정폭력에 의한 트라우마 등 심인성도 포함하고 있어 세심한 관찰과 사회적 관심이 없으면 발굴하기도 어렵다.

강북·강남교육지원청 교육복지안전망센터 최순재·조현덕 교육복지사는 복지사각지대 학생 발굴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들었다. 최순재 교육복지사는 “난민이나 중위계층 등 법적 테두리 외 복지 사각지대 학생 발굴 사례 등을 통해 보면 울산지역 사회 저변에 ‘위기가정’이 도처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학생 발굴은 1차적으로 학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의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현덕 교육복지사는 “경제적 위기 학생은 긴급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지원’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며 “학생복지는 가정복지로 이어지는만큼 학교와 지자체, 지역사회자원 등 모두의 관심과 협력이 융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정책관실 김은희(정책2팀) 장학사는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법정지원 대상자뿐만 아니라 ‘위기’에 놓인 복지 사각지대 학생을 발굴·지원하는 더욱 촘촘한 교육복지의 필요성이 절실해 졌다”며 “시교육청은 보편적 복지의 완성과 함께 실행 단계의 교육복지의 완성을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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