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2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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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서울이 4단계 방역에 들어가자 자영업자들이 더는 못 참겠다고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성실하게 일하며 자식 키우던 평범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

1년 반이 넘도록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고 국회가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며 33억이나 되는 2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지급대상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야당과의 협상도 삐걱거리고 있으니 바라보는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

여당은 전 국민 일괄지급을 원하는데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80%에게 선별지급을 하자하고 제1야당도 일괄지급보다는 선별지급으로 더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한다. 재난지원금이라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 입은 국민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하거나 실직하고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는 재난이라 할 정도의 피해가 없는 분들도 많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로 직원을 줄이고, 일자리가 사라진 직원은 수입이 끊기고 월세를 못 내는 등 실제로 재난당한 분들은 지원금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월급 받는 데 전혀 영향이 없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대기업 회사원이나 고액연봉을 받는 전문직 의사, 변호사, 정치인들까지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재난지원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여당에서도 이 내용을 모를 리 없는데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집착하는 것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달래보려는 의도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급 시기를 두고도 8월 말에 지급하자, 9월 말에 지급하자면서 미루려는 것이 대선에 가까워서 지급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정부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으로 세대주 1인 40만 원, 2인 60만 원, 3인 80만 원, 4인 100만 원을 지급하면서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은 기부를 해 달라고 했다. 그런 분들이 얼마나 기부했는지는 몰라도, 부자에게도 돈을 준다는 비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1인당 25만 원씩 성인에게는 개인 카드로 지급한다고 한다. 나라에서 공짜로 돈을 준다면 좋아할 일인데 국민 중에는 좋아하기는커녕 나라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은 기분이다.

세상 물정 잘 모르는 필자의 소견에도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 지급보다 더 어려운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되도록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가물 때는 물 한 모금이 아쉬운데 지급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지급하는 것이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백신 확보에 늦장을 부린 정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어차피 들어가는 돈인데 서둘러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서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영업 제한, 모임 제한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국자들은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때 오직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한 발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발휘해주기 바란다. 시민 여러분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재난지원금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코로나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분들과 사랑의 교제도 하고 소상공인들의 매출도 올려드리면서 함께 힘을 모아 이 고통을 이겨냈으면 한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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