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⑤ 석사학위 10년 만에 박사과정 도전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⑤ 석사학위 10년 만에 박사과정 도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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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학위 취득이 사내에서는 처음인지라 염소 두 마리를 잡아 자축 행사를 치르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인사담당 임원과 부장님이 참석, 나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셨다.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사학위도 학력 인정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중졸로 입사해서 드디어 ‘대학 졸업’ 학력을 갖춘 의젓한 사원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 이후로 부서와 사내에서는 학점은행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초창기 기능장회 발족이나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사학위 취득의 선구자 역을 맡은 셈이 되었다. 그런 생을 할 때마다 마음 한켠이 뿌듯해 왔고 엄청난 자부심도 덤으로 가지게 되었다.

학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곧바로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 했던가.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신 기술교육원 원장님께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석사과정 코스웍(coursework)을 마치고 논문지도를 해줄 교수님을 정해야 하는데 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용접공학을 강의해주신 박동환 교수님을 찾아가 논문지도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흔쾌히 지도교수직을 수락해주셨다.

이것이 기회라고 했던가. 내가 논문을 쓸 타이밍에 교수님께서 다시 회사로 컴백하신 것이었다. 그것도 산업기술연구소 소장으로 말이다. 뭔가 이가 딱딱 맞아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신 지도교수님을 잘 만나서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논문작성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산업기술연구소 연구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때 맺은 인연으로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끈끈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평생 모셔야 할 분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박사과정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박사과정을 미루게 되었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10년이 흘렀을 때쯤 아내에게 이제는 박사과정에 도전해야겠다고 했더니 두말없이 수락을 해주었다. 사실 아내는 결혼 이후 줄곧 나에게 엄청난 투자를 해 왔다. 그래서 나는 10년이란 세월을 꾹 참으면서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대학원 석사과정 후배이지만 먼저 박사과정을 마친 형님의 소개로 부경대학교 금속공학과 강창룡 교수님을 소개받았다. 부산 해운대에서 처음 만나던 날 교수님께서는 점심식사를 같이하러 가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간 곳이 삼겹살집이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교수님이 삼겹살집 주인에게 다짜고짜 “사장님 막걸리 2통에 삼겹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백발이 휘날리는 겉모습부터 교수님의 포스가 물씬 풍기는데 여기에다 ‘막걸리 2통’이란 말까지 나왔으니 완전히 혼이 다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이처럼 털털한 성격의 교수님과 나 사이에 몇 차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느냐?” “검정고시를 했습니다.” “왜 검정고시를 했는데?”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한독부산직업훈련원에 들어가서 기술을 배우고 기능올림픽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럼 한현성 교수님을 아느냐?”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질문은 여기서 그쳤다.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 없다는 듯 나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신 것이다. 부경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은 그렇게 해서 밟을 수가 있었다.

▶⑥편으로 이어짐

권순두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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