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클턴의 위기극복 리더십 下
섀클턴의 위기극복 리더십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0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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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경영 전략과 기법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 비즈니스 세계다. 2년 가까이 남극의 얼음 덩어리 속에 갇혀 있다가 탐험대원 전원과 함께 살아 돌아온 어니스트 섀클턴의 귀환은, 남극을 탐험한 지 100년이 지난 21세기에 오히려 더 큰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100년 전 탐험가가 아직도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다니, 섀클턴의 리더십은 무엇이 다를까? 인간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우리는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인물로 섀클턴을 기억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도 길은 있다’는 신념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섀클턴은 탐험에 앞서 위험천만한 여행에 동행할 사람을 신문에 공개모집한다. 광고에는 ‘보수는 많지 않고, 혹독한 추위와 수개월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닥칠 위험을 이겨내야 하며, 무사귀환을 보장할 수 없는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잔뜩 엄포를 놓았지만 5천명이나 지원했다. 통상적으로 현대 리더의 필수 자질은 날카로운 지성, 원만한 대인관계, 비즈니스 능력, 그리고 낙천적 성격 등이다. 100여년 전 섀클턴의 리더십은 크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비전과 빠른 승리다. 1914년 12월 5일,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사우스 조지아 섬을 출항했으나 이틀 만에 부빙(浮氷) 지역을 만나 6주 동안 얼음 덩어리와 싸움을 계속한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하루종일 대낮처럼 환한 가운데 1914년 마지막 날 남극권에 진입한다. 하지만 남극대륙을 100km 앞두고 부빙에 완전히 갇힌다. 약 10개월간 배에 갇혀 지내다가 배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배의 후미가 6m 정도 들리는 위기가 찾아온다. 이때 섀클턴은 ‘남극대륙 횡단’이라는 장기적 목표에서 ‘대원들의 무사귀환’이라는 단기적 목표로 신속하게 전환한다. “인간은 새로운 목표에 자신을 적응시켜야 한다. 과거의 목표는 사라졌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둘째, 상징과 솔선수범이다. 탐험 327일째 되는 1915년 10월 27일에 인듀어런스호는 최후를 맞이한다. 가장 가까운 식량 보급 기지가 있는 폴렛섬까지는 550km나 떨어져 있다. 그래서 그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넘어 바다를 향해 나아갈 것을 결정한다. 개인 소지품은 1kg으로 제한한다. 금화, 시계, 은 브러시, 금장 담배케이스, 황태후가 선물한 성경까지 모조리 버린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개인적인 모범과 명확하고 구체적인 상징으로 에너지를 결집한 것이다.

△셋째, 갈등극복이다. 팀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화하여 팀워크를 극대화한 것이다. 훗날 탐험대원은 “섀클턴은 팀을 나누는 것을 항상 반대했다. 그는 탐험에 대한 유혹이 아무리 강해도 팀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현명하게도 언제나 거부했다.”고 말한다. 갈등과 단결심 상실은 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팀워크를 파괴하기 마련이다. 인듀어런스호가 침몰하면서 식량은 거의 바닥이 나고 물개 스테이크와 펭귄 스튜로 연명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우스 조지아 섬을 출발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을 휴일로 선언하는 등 공동운동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여 팀의 단합을 유지한다. 이렇듯 탁월한 팀워크만이 생존을 보상할 수 있다.

△넷째, 낙천성과 분위기 조성이다. 상대방에게 낙천성을 주입하려면, 먼저 자신 속에서 낙천성을 발견해야 한다. 섀클턴은 항상 세상을 낙천적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성공을 믿었고, 그의 이러한 신념을 대원들이 정확히 인식하도록 전달했다. 극한 상황일수록 축하와 유머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별 축제가 아니더라도 대원들의 생활에서 유머, 가벼운 웃음거리, 흥겨움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섀클턴을 포함해 인듀어런스호에 오른 27명의 대원이 634일 동안 영하 30℃를 오르내리는 남극의 빙벽에 갇히는 극한 상황 속에서 전원이 살아 돌아온 뒷면에는 분명한 ‘위기극복 리더십’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갈등과 불신이 만연한 위기상황이다. 과연 우리나라엔 언제나 이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나오려나. 제대로 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리더십이 그립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RUPI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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