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여대(男負女戴), 가련다 떠나련다
남부여대(男負女戴), 가련다 떠나련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28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향에서 서글픈 삶을 이어간다면 가끔 고향 생각이 날 것이다. 설령 즐거운 삶이 이어진다 해도 자기가 태어난 고향은 언제나 향수의 근원으로 남아있다. 세월이 흐르고 몸이 늙어 기력이 점점 쇠약해지면 고향의 그리움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타향에서 꿈도 없이 지친 심경을 표현한 대중가요가 있다. 다름 아닌 ‘유정천리’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 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 어린 보따리에 황혼빛이 젖어드네/ (가요, 유정천리 1절)

2021년 1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울산의 전입자는 13만6천112명, 전출자는 14만9천696명으로 총 1만3천584명의 인구가 순유출됐다. 울산의 인구는 2015년 -80명, 2016년 -7천622명, 2017년 -1만1천917명, 2018년 -1만2천654명, 2019년 -1만172명, 2020년 -1만3천584명 등으로 6년 연속 순유출 현상을 보였다.

주된 이유는 주력 산업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젊은 층이 일자리를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탈울산 행렬이 두드러졌다. 울산의 나이별 순이동 현황을 보면, 20대 순유출률은 -3.7%, 30대 -1.1%, 40~50대 -0.7%, 60대 이상 -0.5% 등으로 나타나 나이가 젊을수록 울산을 떠나는 비중이 높았다.

새들은 서식환경이 나빠지면 다른 서식지를 찾아 날아간다. 지킴이 능구렁이도 담 넘어 옆집으로 떠나가고 족제비도, 부엉이도, 고양이도 눈에 띄지 않는다. 먹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결혼 못 하고, 아기 안 낳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만다. 젊은 울산 인구가 ‘탈울산 행렬’ 현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들려 가슴이 아프다. ‘남부여대’(男負女戴)란 남자는 등에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인다는 뜻의 한자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가련다 떠나련다’는 넋두리와 한탄이 섞인 푸념의 표현이다.

그동안 울산의 관광은 ‘국내 최대의 산업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업관광이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력 산업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젊은 층은 일자리를 찾아 계속 울산을 떠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의 하나는 산업관광에서 생태관광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에서든 생태관광이 가능하다. 최근 순천만, 우포늪, 울산의 떼까마귀 군무 덕분에 국내에서도 생태관광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울산을 비롯한 13개 지역, 철원을 비롯한 25개소, 태화강을 비롯한 30개 장소를 생태관광 지역으로 지정했다.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관광은 조사, 안내, 해설, 무용 등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남구가 울산의 젊은이들에게 꿈의 노래를 부르게 했다. 지난 6월 11일 남구청 회의실에서 열린 ‘울산 남구 관광호텔-울산과학대학교-울산 남구의 산학관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협약 체결식’은 시의적절한 선제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서동욱 남구청장은 코로나19 상황 이후(‘포스트 코로나’)를 내다보는 선제적 대응책의 하나로 울산 관광산업 활성화에 동참할 우수 인력 양성·확보 등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강조했다. 그 결과는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젊음의 행렬이 다시 울산을 찾아와 꿈과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대중가요, 고래사냥 1절 일부). 노랫말처럼 ‘고래를 잡는다’는 것은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즉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는 남부여대의 초라한 모습으로 ‘가련다 떠나련다’를 중얼거리며 울산을 떠나는 행렬이 아니다. 젊은이들이여! 울산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자.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