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가는 소상공인]“친환경 억새 베개로 편안한 잠자리 선사”
[제일가는 소상공인]“친환경 억새 베개로 편안한 잠자리 선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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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억새누리 신정호 대표
-태화강 물억새, 친환경 제품으로 탄생
-젓가락·커피 스틱·과일 꽂이 등 제작
-숨은 물억새 찾아 전국 방방곡곡 누벼
-“10년 땀의 결실… 자랑이자 자부심”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에는 가을이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 억새를 만나 볼 수 있다.

시민들에게 포토존과 힐링공간을 선물했던 억새를 겨울즈음 베어다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억새누리(밀양시 무안면 신연로 642-7) 신정호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억새로 제품을 만들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녹말 이쑤시개를 개발하시던 분이 억새로 이쑤시개를 만든다고 해서 친구들과 사업을 하기로 하고 시작을 했는데, 성공을 못하고 경제성이 없어 다 그만뒀어요. 저만 많은 돈을 투자해서 일으켜야 되겠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신정호 대표는 억새로 젓가락, 커피 스틱, 과일 꽂이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친환경 제품으로 탄생하는 억새는 많은 종류 가운데 물억새뿐이었다.

“갈대는 하천, 늪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라서 잘 부러집니다. 산 억새는 겉잎이 억새를 감싸고 있어서 진짜 억세요. 줄기는 풀처럼 약해서 사용할 수가 없는 거예요 물억새만을 사용하거든요.”

물억새가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단단해서 잘 부러지지 않고 자연적으로 생긴 매끈한 코팅 덕분에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태화강 억새로 베개를 만들고 있는 신정호 대표.
태화강 억새로 베개를 만들고 있는 신정호 대표.

 

신정호 대표가 물억새를 찾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다른 계절에는 만날 수가 없으니, 가을이면 억새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결국에는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물억새를 찾아냈고, 억새 베개로 만들게 됐다.

“여름에 나무 그늘 밑 평상에서 쉬다 보면 젓가락을 만들기 위한 밴딩이 베개처럼 둥글게 되는데 우연히 베고 누워보니 시원하면서 편하더라고요. 이걸로 억새로 베개를 만들어야지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베개를 하시는 분들한테 많은 아이디어를 구해 특허까지 등록한 친환경 억새 베개를 만들게 됐습니다.”

억새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은 혼자뿐이라고 말하는 신정호 대표는 외롭지만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친구,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만하면 안 되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다. 신 대표는 “억새 작업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제가 이걸 포기하면 1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허송하잖아요”라고 말한다.

아무런 정보도, 장소도 알 수 없었던 10년 전보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억새밭이 많이 조성돼 있고, 몇 년 숙성 후 친환경 제품으로 나오는 제품의 특성상 수급과 유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양이 충분하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따라 한길만을 걸어온 신 대표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는 질문에는 “모든 분들이 화학제품에서 벗어 편안하고 깨끗한 잠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처럼 신정호 대표는 낯설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분에 억새는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이 돼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고 시민들은 건강한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태화강 억새 군락지의 억새가 친환경 제품으로 시민들에게 다시 돌아오는 만큼 그 순환이 ㈜억새누리 신정호 대표에게도 좋은 순환이 되길 바란다. 글=방송인 김언지·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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