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甕器)
옹기(甕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5.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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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는 마을 이름부터 ‘옹기(甕器)’인 곳이 있다.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이다. 이 옹기의 소리 값은 콧소리가 섞여 들어가는 듣기 좋은 말이다. 돌에 돌(乭)이라는 한자가 있듯이 옹기도 언뜻 한글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분명히 한자(漢字)가 있다. 이 甕器를 해자(解字)하여 풀어보면 그 안에 깊은 철학이 있다. 머리의 옹(雍)이 화(和)할 雍이며, 받침의 와(瓦)는 질그릇 瓦이다. 기(器)는 개고기(개 犬)를 담는 그릇으로 그릇 器이다. 개고기는 생략하고, 진흙으로 그릇을 만들려면 흙과 사람과 가마의 불이 서로 화합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만 새겨듣도록 한다.

옹기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흙을 나와 같이 여겨야 하고, 가마에 굽기 위해서 흙과 내가 뜨거운 불과 화합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흙을 아낄 줄 알아야 하고, 불의 뜨거움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화합의 길이다. 진흙을 물에 풀어 순수하게 만들어 나와 같게 해야 하고, 햇볕에 또는 그늘에 잘 말려서 잿물을 먹이지 않고 구워내면 질그릇이 되고, 한번 구운 다음 오잿물을 입히어 구어내면 윤기가 나는 오지그릇이 나온다. 질그릇이건 오지그릇이건 가마에서 불과 화합을 잘 못하면 부서지고 만다. 즉, 정열(情熱)만 가지고 안 되는 것이 화합이다.

사춘기 청소년 때, ‘옹기’하면 연상되던 낱말에 포옹(抱擁)이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야 TV에서 키스장면도 안방에서 보고 있으니 다르겠지만 지금의 70대는 포옹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또한 놀부의 심술이야기로 호박에 말뚝 박고, 옹기전에 말 달리고 가 떠오른다. 옹기의 대표는 독, 장독, 항아리이다. 사실 어디까지가 쌀독이고, 피난 갈 때 귀중한 물건들을 넣어 마당 귀퉁이에 묻어두었던 독은 장독인지 항아리인지 구별이 안 된다. 하여간 장독은 간장, 된장을 담그던 큰 독으로 기억된다. 김치를 담가 넣어두면 김칫독이 된다. 그런데 이 독의 모양에서 그 독을 포옹하여 나와 하나가 되고, 포옹한 모습에서 화합된 상태로 상상의 그림이 그려진다. 이것이 지나친 비약이라면 개인차에 불과한 것이다.

영어로 china는 자기(瓷器), 사기그릇을 말한다. 옹기는 pottery이다. pottery는 주로 오지그릇을 말하고 딱히 질그릇은 영어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자기는 서양의 기술이 가미되며 상당히 변화되었지만, 옹기는 우리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여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울산의 옹기 마을이 이 전통을 옹고집으로 지키고 있다. 여기서 굳이 영어를 들먹이는 것은 세계옹기문화엑스포가 울산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문화행사임을 고려하여 울산의 학생들이 영어 낱말 정도는 알아야 하고, 특히 문화행사에는 학생들이 교육적 차원에서 진정으로 체험학습을 해야 하며, 시민들도 동참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학생 자녀를 둔 울산의 각 가정에 우리의 질그릇 같은 촉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2009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10월 9일∼11월 8일)를 앞두고 옹기의 뜻을 살려 울산시민들이 서로 화합하여 포옹하고, 그 속에서 옹기의 풍만한 몸통을 느끼고 부드러움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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