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무용제 운영에 대한 제언
울산무용제 운영에 대한 제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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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울산 무용인들의 축제마당인 ‘제24회 울산무용제’가 지난 16∼17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올해 행사에는 지역의 3개 무용단이 참가했다. 무용제의 대상작은 9월 25일∼10월 12일 사이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제30회 전국 무용제에 울산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지난 16일 첫 번째 무대에 오른 ‘엘 댄스 컴퍼니’는 현대창작무용 ‘무게…느끼다’(안무 이필승)였다. 한 인간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서 아이를 가지고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보고 느낀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 것이 작품 내용이다.

같은 날 무대에 오른 ‘김영미 무용단’은 한국창작무용 ‘소녀의 열두 고개’(안무 김영미)를 펼쳐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내용으로, 한평생 피해자로 살았던 한 여인이 겪었던 힘겨운 삶의 사연을 열두 고개에 비유해서 나열하는 형식으로 표현했다.

17일에는 마지막 팀 ‘라온 무브먼트’의 한국창작무용 ‘천장’(안무 이다정)이 무대에 올려졌다. ‘유리천장’을 모티브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무용제 심사 결과 대상은 ‘엘 댄스 컴퍼니’에 돌아갔다. 축하공연에는 우리춤협회 울산지부장인 김영옥 회원이 울산무용협회 대표로 나와 한국전통무용인 ‘전통 굿거리 춤’을 췄다.

좋은 일에는 흔히 ‘옥에 티’가 발견된다. 올해 무용제 운영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이번 축하공연 무대에 오를 울산 무용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황당한 일이 바로 ‘옥에 티’에 해당한다. 회원들이 그동안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나이 순서, 지회장 역임 차례, 입회 순서 등의 기준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번 사태는 기준도 원칙도 없는, 회장 개인의 인정에 치우친, 파격적인 초청에서 비롯됐다. 이 글은, 앞으로는 기준과 원칙의 바탕에서 합리적 결정이 내려질 수 있기를 희망하는 평회원의 제언임을 밝혀둔다.

첫째, 대상자는 나이 순서, 지회장 역임 차례, 입회 순서 등 객관적 기준과 원칙에 따라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이번의 경우 회원 일부는 각각 자기 차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뜻밖의 회원이 초청되자 회원들 사이에는 오해와 황당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둘째, ‘공연 대상자 사전 예고제’를 시행해서 기량을 연마하고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활용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번 축하공연 무용인의 초청 기준은 나이, 지회장 역임, 입회 순서를 모두 무시한 본보기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진은 결정 후에 통보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경력회원은 내년부터 차례로 초청을 받더라도 이미 기준과 원칙이 파괴된 탓에 선뜻 응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셋째, 부득이한 일이 생길 때는 회장단·이사진이 충분한 토의와 소통을 거쳐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조율이 꼭 필요하다. 이번 일은 수석부회장 등 2명의 부회장과 이사진마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두 분의 고문 역시 모르고 있었다. 회장 임무의 하나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듣고 끌어낸 결과를 알리는 것이다. 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적 인정에 치우친 독단적 결정과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단체와 조직은 기준과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중심이 무시당하고 무너지는 순간 어떤 단체와 조직도 결국 무너져 흩어지기 마련이다. 수행공간에서도 ‘평등 공양’과 ‘차등 보시’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다양한 가치관을 내세우는 무용협회의 운영에서 위계질서와 우선순위가 무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용인 생각의 폭과 깊이가 더해지고 무용협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견을 개진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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