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은 불치병? ‘환자 60% 이상’ 생존률 개선
백혈병은 불치병? ‘환자 60% 이상’ 생존률 개선
  • 김보은
  • 승인 2021.06.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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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유진 교수종류 따라 치료법·예후 달라 명확한 구분 필요가장 흔한‘급성 골수성’… 고령자 발병률 높아‘만성 골수성’ 표적치료제 개발 이식없이 완치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유진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유진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예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려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백혈병은 종류가 크게 4가지 정도로 분류되지만 여주인공이 어떤 종류의 백혈병인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사실 백혈병은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도 확연히 달라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유진 교수와 함께 백혈병에 대해 알아본다.

◇ 백혈병의 ‘종류’가 중요하다

백혈병은 55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1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서 가장 흔한 암이기도 하다.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과 만성 백혈병,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급성 백혈병은 만성보다 더 원시 세포 단계에서 이상 증식이 일어나며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 백혈병은 발병 속도가 굉장히 빨라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항암 치료와 골수 이식에 관련된 형태가 급성 백혈병에 해당한다.

만성 백혈병은 더 성숙한 세포에서 천천히 발달하는데, 이 세포들은 오랫동안 정상 세포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성장할 수 있다. 만성 백혈병 증상은 초기에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백혈병 세포의 종류에 따라선 골수성 백혈병과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나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면역 체계 내에서 나타나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 세포에서 발생한다.

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이다. 주로 성인에게 발병하며, 평균 진단 연령이 60대 후반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 백혈병의 증상과 진단

대부분 골수기능의 감소로 인한 빈혈, 백혈구 수 증가 또는 감소, 혈소판 수의 감소로 인해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빈혈로 인해 쉽게 피로를 느끼며 어지럼증, 호흡곤란, 심계항진 등의 증상이 있다. 혈소판 수가 감소하면서 쉽게 멍이 들거나 코피가 나거나, 점막출혈, 잇몸출혈, 소화관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백혈구 수가 감소하면 면역기능이 저하돼 감염으로 인해 발열, 구내염, 폐렴 등의 장기의 세균감염이, 백혈구 수가 증가하면 림프절이 붓거나 간 또는 비장이 커지며 때로는 뼈와 관절에 통증이 있다.

임상증상으로 의심이 되면 일반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세포의 수를 측정해 혈액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기본 혈액 검사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의심된다면 혈액 및 골수검사를 통해 백혈병세포를 관찰해 확진한다. 골수검사는 뼈에 바늘을 삽입해 뼈 내부의 골수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검사인데 골수 채취 부위는 주로 엉덩이 쪽에 있는 후방장골능선 혹은 전방장골능선에서 시행한다. 골수검사로 골수아세포가 늘었는 지 현미경으로 조사하는데, 그 수가 20% 이상이면 급성 백혈병으로 진단한다.

골수성과 림프구성을 구분하기 위해선 표면항원검사를 한다. 급성 백혈병은 백혈병 세포가 혈액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주므로, 일반적인 암과 다르게 병기를 나누지 않고 재발의 위험도를 평가해 위험군을 나눠 치료한다.

◇ 백혈병의 치료

백혈병의 치료방법은 급성과 만성, 골수성과 림프구성에 따라 다르다.

급성 백혈병은 항암화학요법, 조혈모세포 이식, 방사선 치료 등의 방법이 있다. 치료는 대부분 전신항암화학요법을 받게 되고 재발 위험도에 따라 항암화학요법의 강도와 횟수, 조혈모세포이식술 등의 치료 방법이 달라지며 일부 군에서는 표적치료제가 적용되기도 한다.

만성 백혈병의 치료는 급성 백혈병에 비해 간단하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돌연변이와 관련돼 있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는 이 돌연변이 염색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대부분은 이식 없이도 완치가 되며 이 환자들의 기대여명은 일반인과 비슷한 정도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도 최근 신약(이브루티닙, 베네토클락스)이 개발되면서 예전에 비해 치료 옵션이 늘어나게 됐다. 1차 화학 면역요법 주사 항암제 치료를 진행하고, 재발하면 2차 치료제인 경구용 항암제인 이브루티닙, 베네토클락스를 복용해볼 수 있고, 다시 재발 하면 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한다.

◇ 불치병이라는 멍에를 벗어나며

최근 조혈모세포이식, 항암치료의 발전으로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됐다. 오늘날 백혈병 환자의 60% 이상이 치료 후 생존한다. 1960년대에는 확률이 15%에 불과했다.

다만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은 젊은 환자들과 달리 집중 항암 화학 요법이나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강도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여전히 옵션이 제한적이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 다양하고 새로운 치료제 옵션의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많은 신약들이 개발돼 널리 쓰이고 있고, 표적 치료제를 이용한 좋은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면서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대표적 현대판 표적치료제는 FLT3(FMS-like tyrosine kinase 3)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표적항암치료제 ‘midostaurin’다.

FLT3 변이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유전자 이상으로, 특히 FLT3-ITD 유전자 변이의 존재는 예후가 좋지 않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바이오마커로 인식된다. 이에 대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생존률에 큰 향상을 보여줬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백혈병’ 환자가 ‘불치병’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는 벗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언젠가 급성 백혈병 환자들도 환자 맞춤형 치료 형태로 부작용은 적고, 효과 좋은 약들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정리=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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