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함께 누리는 삶터
학교, 함께 누리는 삶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1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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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1층 행정실까지 들려오면 직원들은 어느결에 창문 앞으로 나와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오랜만에 들은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코로나19 시기의 학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아이들은 등교하면서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하고,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는 이동을 삼가야 하며,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에도 혼자 조용히 갔다 와야 한다. 또 점심시간에는 식당 칸막이 속에서 대화 없이 식사해야 하고, 하교 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함이다. 나는 작년 모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장소로 떠나며 학교에 ‘미안하다’는 편지를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순간, 학교 안 아이들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게 들었다. 집과 학교를 떠나 격리장소로 가는 그 학생들이 떠오를 때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났다.

그때는 모든 교직원이 ‘아이들 지키기’에 몸을 아끼지 않았고, 하루에 2차례 이상 자신이 있는 공간을 소독했으며, 방역수칙 지키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제한된 생활, 경직된 환경과는 별개로 학교 안에서 다양한 체험을 방역기준 안에서 즐기고 있다.

우리 학교에는 생태 연못과 친환경 텃밭이 있다. 네모난 아파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연못과 텃밭은 특이한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색다른 공간이다. 지난 5월에는 자발적으로 나선 주무관님들의 열정으로 대대적인 연못 청소가 이루어졌다. 그 뒤로는 매일 아침 ‘물고기 밥 주기’ 행사가 열렸고, 아이들은 연못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와 색깔이 화려한 예쁜 수련, 연못을 청정하게 해주는 창포와 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잉어 3인방이 그 큰 입을 벌려 먹이를 먹을 때, 아이들의 탄성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리고 텃밭은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으로 넘쳐났다. 아이들은 텃밭에서 직접 감자와 고추를 심었고, 작년 11월에 심었던 양파와 마늘, 그리고 감자와 고추도 수확하여 그날이나 그다음 날 특별급식으로 양파절임, 찐 감자를 먹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격주로 등교하는 탓에 이런 체험에도 한계가 있어 학생 모두의 체험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의 학부모다. 첫째와 둘째의 등교가 교대로 되어 4학년이 원격수업을 할 때 6학년은 등교수업을 한다. 매주 월요일에 등교수업에 필요한 교과서 등을 챙겨갔다가도 금요일에는 원격수업을 위해 몽땅 다시 가져오곤 한다. 등교수업을 받는 아이는 별걱정이 없다가도 원격수업을 받는 아이는 수업을 제대로 받는지, 숙제는 제대로 하는지, 밥은 제때 챙겨 먹는지? 늘 걱정이다.

요즘 2학기 전면 등교 얘기가 나온 김에 원격수업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매일 등교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둘째가 “엄마, 저는 저를 못 믿겠어요. 자꾸 약속대로 하지 못하고 늘어져요. 그리고 교과서를 왔다 갔다 들고 다녀야 해서 불편해요. 친구들도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가 없어 속상해요. 그래서 등교하는 게 좋겠어요”라고 했다.

어렸을 적 추억을 얘기할 때는 집에서 일어난 일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더 많이 얘기한다. 학교는 어렸을 적 내 삶의 대부분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공간이었다. 코로나19 시기에 작은 자기 방을 학교 공간으로, 컴퓨터 화면을 교실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갈 수 있도록 어서 빨리, 삶터로서의 학교 공간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전체 인구의 55%가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에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는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우리나라도 그런 시기가 빨리 오길 간절히 바랐다. 그 시기가 올 때까지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삶이 차단되지 않고, 코로나임에도 그 환경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조영미 외솔초등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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