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학사의 일 맵시
어느 장학사의 일 맵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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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하루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고래박물관으로 유명한 장생포항 앞에 자리 잡은 장생포초등학교의 교문 안 ‘배움터 지킴이실’은 이날 따라 분하게 돌아갔다.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만 등교하던 학교에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문화단체 관계자에다 학부모 대표, 교육(지원)청 관계자까지 방문했기 때문이다. 발열 체크와 출입명부 작성에다 출입증 발부 일까지 맡은 관계자들은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장생포초등학교 활성화’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와 마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어줄까 하는 문제로 남구청과 고래문화재단, 장생포마을, 강남교육지원청과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날이었다. 지난해 12월 24일 제정된 ‘울산광역시 작은 학교 지원 조례’가 빛을 본 뒤 강남교육지원청에서는 이를 근거로 지역의 작은 학교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작은 학교 마을교육공동체 운영 지원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날 장생포초등학교의 모임도 그런 취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갖가지 학교 지원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차나 행정서류 문제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우리 교육청의 ‘교육업무 정상화’ 시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부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사업의 특성이나 업무 담당자의 관심 정도에 따라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당 부서는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애쓴다. 장생포초등학교에서 진행된 간담회 역시 그랬고,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담당 장학사의 열정과 노력, 신중하고 배려 깊은 추진력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업 계획 수립 과정에서 보여준 담당 장학사의 일을 처리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규모가 작은 울주군과 남구의 초등학교의 업무 담당교사와 만나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그는 또 학교별 계획서 제출을 선을 긋듯 강요하지 않으면서 코로나 상황 속의 교육활동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늦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제출해 달라”거나, 학교와 마을의 연결고리를 이어주기 위한 연락부터 자료수집까지 직접 도와주기도 했다. 업무담당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담당 장학사는 간담회 준비를 위해 그 전주부터 직접 만나고 전화통화도 하면서 어떤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지, 심지어는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까지 도와주려고 애써서 고마웠다고 했다.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였다.

담당 장학사는 행사 당일에도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책상 배치나 현수막 부착을 직접 나서서 했고, 학교에 부담을 안 주려고 물과 간식을 바구니에 담아 들고 오기까지 했다. 코로나 방역에 지장을 주지 않게 간식도 개개인이 들고 갈 수 있도록 쪽지 편지까지 써가며 준비해 왔다니, 그 정성과 세심한 배려에 새삼 고개가 숙어지기도 했다.

준비과정부터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겼으니, 간담회가 진지하고 소중한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을에 있는 ‘문화창고’를 이용해 마을주민과 학교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예술체험 중심의 마을결합형 교육과정에서 어촌 마을의 특성을 살린 ‘선상 졸업식’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학교와 마을이 활력을 같이 되찾는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학교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지자체와 지역 문화단체가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던 담당 장학사의 웃음 가득하던 그 얼굴의 잔상은 아직도 나의 망막에서 어른거리고 있다. 분명 배려심 깊은 그의 말과 몸가짐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록 하루였지만 그와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같이 일하면서 그의 열정적이고 따뜻한 배려의 마음씨를 따라 배우고 싶다. 현재 울산시교육청 강남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 소속 장학사인 그의 이름은 ‘여 아무개’라 했다.

김용진 울산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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