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가는 소상공인]“양산 수선 노하우는 발품 덕이죠”
[제일가는 소상공인]“양산 수선 노하우는 발품 덕이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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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방·양산 수선 권재윤 대표
1974년 남목서 구두 수선 시작
유년시절 추억 찾아 오는 손님들
전국서 택배 수선 문의도 잇따라
 구두, 가방, 양산 전문 수선 권재윤 대표.  

 

자주 구매하지만 잃어버리고, 버려지고 소중한 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양산과 우산은 자외선이 강할 때, 비가 올 때 꼭 필요하지만 그 외에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기억에서 잊혀질 때가 많다. 하지만 구두·양산·우산 전문 수선 권재윤(86)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양산과 우산이 달리 보인다.

1936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권 사장은 자동차, 발전기, 설악산 관광호텔 등 서비스와 관광업에 종사하셨다. 1974년, 처음 울산에 오신 후 일거리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동구 남목으로 거처를 옮겼다.

“구두 수선하는 사람한테 가서 하루인가, 한 번인가 봤어. 종일 보니까 수선,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자신감을 얻었어.”

그렇게 그는 구두수선을 시작하게 됐고, 1~2년 가량을 일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중 지인이 양화점을 차려 구두 수선을 하고, 신발도 팔아 달라는 말을 듣게 전해 듣게 됐다.

구두를 팔고, 신다가 불편한 점은 수선도 해주고, 일석이조라는 생각에 권 사장님은 그곳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양화점이 없어지면서, 리어카를 구매해 성남동 우리은행 뒤에서 구두를 판매하고, 수선을 하게 됐다.

“수선을 하면서 조금 여유가 생기니까 미싱(재봉틀·바느질을 하는 기계)도 구입하고 노점을 차리게 됐는데, 벽에다가 대고 단을 매서 신을 걸고 그랬어, 그러다가 리어카에다가 신발을 채워다 놓고 아침에 와서 일일이 꺼내다 털어서 널고 그러다, 수선을 전문으로 했지. 수선을 하니까 수선을 할 줄 알게 되는 거야.”

이는 뭐든지 도전하고, 배워보고, 길을 걸어가 보라는 세상을 먼저 살고 계신 어르신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구두, 가방, 양산 전문 수선 권재윤 대표가 가방을 수선하고 있다. 

 

“굽, 창 낡은 것… 구두 수선은 일체 다 하지. 가방은 주로 지퍼 수선이 많고, 양산은 살(뼈대)가 많고. 이렇게 수선하는 것도 어른들한테 배워야 하는 거지. 젊은 사람들은 내다버리지 고치러 오나. 근데 오는 사람들은 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버리지 못하니까 고치러 와.”

그렇게 사장님의 손길이 필요해서 오는 연락들은 외지에서도 많이 온다고 한다.

택배비만큼 수선비가 들어도 양산수리를 부탁하는 전화와 택배를 자주 받으신다고 한다.

양산을 수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전국 각지에 양산과 우산을 수리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다니며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지금은 사장님만의 수선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는 모습에 그동안의 기록들이 사장님의 손에 다 담겨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성남동 문화의거리에 가면 구두, 양산 수선의 푯말을 만날 수 있다.

추억을 간직한 사장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구두와, 양산, 우산을 기다리며… 취재·글=방송인 김언지·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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