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할 때가 바로 인생을 즐길 순간
“내 나이가?” 할 때가 바로 인생을 즐길 순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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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나이에 왜 그걸 시작해?”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곤 “곱게 늙어 가자구” 하면서 돌아선다. 물론 필자도 그랬다. 이렇듯 우리는 삶의 여러 단계에서 자신의 나이에 갇힐 때가 많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아를 억압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환갑에 다다르면 은퇴부터 생각하는 걸 당연시한다. 여기에 치매 등 질병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친다. 왜 삶에 대한 열정은 젊을 때 있는 것이라고 지레 포기할까.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었다. 그러면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생에서 늘어난 건 노년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중년이다. 노년이 아닌 중년이 늘어난 사실을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 인생에서 엑스트라 타임(추가시간)이 생긴 것이다. 신(新)중년으로도 불리는 ‘젊은 노인(Young-Old)’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UN이 새로 발표한 평생연령 기준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성년자(~17세)부터 청년(18세~65세), 중년(66세~79세), 노년(80세~99세), 장수노인(100세 이후)까지. 여러분은 지금 청년입니까? 중년입니까?

얼마 전 울산대 산업대학원 테크노CEO 10기 과정에서 만난 강창희 前 미래에셋 부회장의 강연은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먼저, 100세 인생의 생애 설계에 발목을 잡는 3가지 착각이 있단다. 내 인생에 여든 이후가 없는 줄,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닥치는 줄, 그리고 아직도 자녀가 자신의 노후인 줄 착각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퇴직을 앞두고 노후대책 교육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10년쯤 전에 이런 교육을 아내와 함께 받게 해줘야지, 지금 혼자 와서 교육을 받으면 내일모레가 퇴직인데 준비는 언제 합니까?”라며 “권한은 아내가 다 가지고 있는데 내 말 안 듣는 아내를 어떻게 설득하란 말입니까?”라는 불만을 가장 많이 토로한다.

티베트 종교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부유한 나라에서 고통과 분노의 정도가 더 심한 건 물질적 부(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내가 남에게 필요한 존재란 느낌이나 내가 사회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평생 누군가에게 얹혀살 수밖에 없다. 경제적 자립은 경제적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나 확립을 뜻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경제적 자립이란 주어진 경제적 상황에 자신을 맞춰 넣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덜 벌면 그만큼 덜 쓰면 된다.

홀로 사는 삶을 어떻게 대비할지 누구나 고민한다.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및 보험 준비, 새로운 유연 사회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의 준비, 남편 중심의 노후준비에서 혼자 남는 아내를 배려한 노후준비, 주거 형태의 합리적 선택, 가족 회복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노후재산이 얼마든 어느 한 곳에 재산을 집중시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금융자산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50~60대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적정비율은 반반이다. 주택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의 수단임을 절대 잊지 말자.

“가장 인기 있는 은퇴 남편 1순위는 누구?”라는 질문에 ‘싹싹한 남편, 요리 잘하는 남편, 아내 말 잘 듣는 남편, 운동 잘하는 남편’이라 답했지만 다 틀렸다. ‘집에 없는 남편’이 정답이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 현역이다. 월 50만원의 근로소득은 약 2억원의 정기예금과 같은 효과다. 그러니 체면이나 공명심을 버리고 허드렛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취미 등 자기실현 활동을 계발하고, 사회공헌 활동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이 순간에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를 흥얼거리는 건 무슨 연유인지. 최근 노년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주목받고 있다. 필자도 나이에 갇혀 살지 않으려 한다. 각 연령층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가 분명 다르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 순간 “중요한 건 삶의 햇수가 아니라, 그 햇수 가운데 있는 당신의 삶”이라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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