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가는 소상공인]“옷은 그 순간에 맞게 맛있게 입어야죠”
[제일가는 소상공인]“옷은 그 순간에 맞게 맛있게 입어야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6.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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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모 박문석 대표
가격·제품 경쟁력 갖춰 46년째 운영 중
인격·인품 표현 수단… “마음 담아 제작”
(왼쪽부터) 정다혜, 김언지.

제일가는 소상공인의 이야기는 소상공인 가까이에서 촬영 현장을 누비는 방송인 김언지·정다혜가 보는 시선과 스토리를 담는다.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어려움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품 우수성을 높이며 재기를 꿈꾸는 지역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매주 ‘제일가는 소상공인’으로 만나본다. <편집자주>

에피모 박문석 대표.
에피모 박문석 대표.

처음으로 소개할 곳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원도심 한가운데 어릴 때부터 봐왔던 양복점 생각이 났다.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응해주신 덕분에 다음 날 중구 문화의 거리 19, ‘에피모’를 찾았다.

“어떤 사람들은 지나간 세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나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그건 살아온 과정이잖아요.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나의 최고의 날은 항상 현실인 오늘이죠.”

가난하게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할머니의 권유로 학업보다는 양복점에서 일을 배워야 했던 에피모 박문석(사진) 사장님의 말이었다. 고향인 울산을 떠나 부산에서 매일 밤 울면서 일을 배웠다던 어린 꼬마 애였다고 스스로를 말했다.

“후회는 안 합니다. 그때는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됐고, 먹고살기 힘들었으니까 돈이 우선이었죠. 지금은 감사합니다. 그걸로 여태 일을 하고 있잖아요.”

“70년대 중후반? 그때는 공업화 초기잖아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못 얻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섬유 계통 일이었죠.”

그때는 사장님의 친구들도 모두 섬유 관련 일을 했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

17살의 사장님은 고민이 많았다.

“가난했으니까…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 가지가 생각이 났어요. 돈을 모아서 땅을 사는 것, 아니면 기술을 빨리 습득해서 나를 개발하는 것.”

박 대표는 그 당시 부모님을 도와야 해서 버는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그럼 스스로를 개발해야 했고 그래서 2년마다 직장을 옮기기로 했다. 2년 정도면 한 곳에서의 성향이나 기술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착하기 전까지는 직장을 옮기면서 잔심부름부터 가봉, 재단 등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 갔다. 그러다 직장 선배들을 보면서 생각을 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재봉하는 선배는 생활이 어려워 보였고, 재단하는 선배는 양복점을 하며 경제적으로 좋아 보였다. 그래서 사장님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게에 나와서 재단 일을 시작했다.

바지, 조끼, 상의 의상 하나씩 재단, 재봉을 전문으로 하는 선배들 밑에서 그리고 나만의 방식까지 더해서 재단을 공부할 수 있었다.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1980년대 중후반 기성복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박문석 사장님은 위기보다는 기성복에 호기심이 생겼다.

“붐이 일어나니까 궁금하잖아요. 스카우트된 김에 기성복도 했죠. 그때는 브랜드에서 양복 기술자들을 선호했어요. 판매, 관리에 그럼 수선까지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결국엔 기성복 대리점까지 해봤어요. 그러다 재단사 출신으로서 제가 제품에 만족을 못해 다시 양복점을 하게 됐죠. 기성복을 몰랐으면 도태가 되거나 전업을 했을 텐데 기성복의 좋은 점, 그리고 전통방식을 접목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제품 경쟁력도 갖춰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죠.”

“고객에게 내 마음을 담는다고 생각해요. 내 옷에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담긴 옷의 가격은 약 10년 전 맞춤양복의 가격이었다.

“경기가 안 좋죠. 코로나 사태죠. 오랜만에 오는 고객들이고, 소개받고 오고, 올릴 수가 없어요. 더 끼워주고 싶고 서비스해주고 싶고, 우리는 장사꾼이 아니라 기술자잖아요. 좋은 옷을 해주고 싶어요.”

46년 양복과 함께 해온 박문석 사장님은 고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옷을 만들어줘도 5년이에요. 체형 변하고 무조건 유행이 변해요. 지금 아주 예쁘게 맛있게 입고 즐겁게 입고 또 맞추세요. 의복은 인품, 인격을 표현하는 수단이죠. 정장은 단순한 멋이 아니라 존중한다는 거죠. 입는 분도 그렇게 입어야 하고 내 입장에서도 그런 옷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마무리를 내 손으로 마음을 담아서 합니다.”

우리는 옷은 맛있게 입는 그 순간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박문석 사장님을 만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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