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할수록 더 소중한 가족
시대가 변할수록 더 소중한 가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3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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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시대에 같이 편안하게 밥을 먹을 만큼 가장 믿음직한 존재가 누구인가. 특별한 사연이 없는 한, 대부분 가족이라 답할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가족의 모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힘들어하면서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세대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은 30%다. 주변을 둘러봐도 노부모를 모시는 가족을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가족 해체가 진행되는 만큼, 가족 회복 운동이 더 절실해 보인다.

가족 구성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작은 평수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택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생활용품은 개인용이나 소형 제품이 잘 팔린다. 자녀의 독립 시기가 빨라짐에 따라 가족 간의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 식탁에 모여 옹기종기 대화를 나누던 전통적 대화 방식이 SNS를 이용한 언택트 소통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밥상머리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머지않은 미래에 마주하게 될 가족상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그래서 가족이 아니라도 지역사회나 새로운 유연 사회에서 외롭지 않게 행복을 찾는 법을 젊은 시절부터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인간과 공간은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기 마련이다. 또한, 공간은 주인을 닮게 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집의 기능도 다층적으로 진화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은 일터이자 학교가 됐고, 쇼핑과 운동, 취미생활을 즐기는 놀이터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간의 미래를 앞당겼다. 바야흐로 집은 환금성 높은 자산이자 욕망의 대상이던 ‘하우스’에서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몇 년 사이 집은 떠나고 싶은 공간에서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나 역시 정해진 예산으로 의뢰인에게 적합한 집을 중개해주는 심야의 한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재테크의 3대 원칙은 수익성, 안전성, 환금성(유동성)이다. 수익성은 ‘투자대상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하는 재테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안전성은 ‘원금이나 이자를 떼일 염려는 없는가?’ 하는 관점에서 볼 때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나더라도 투자원금이 손상될 가능성이 큰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동성, 즉 환금성은 필요시에는 언제든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큰 원인이지만, 최근까지 집은 투자대상으로 우선시되어 집값 폭등의 주요 요인이 된 것은 팩트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김없이 한 번쯤 멈추는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그램이 있다. 보는 동안 격하게 공감은 하지만, 그렇게 살 순 없을 듯하다. 오히려 사람들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머물렀던 호텔과 같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호텔은 일상의 근심이 없는 공간이자 융숭한 서비스를 집약한 공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앞으로 다가올 가족과 집, 그리고 사회 변화에 대비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 순환경제, 수소경제 등의 신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로 구동되는 플랫폼이란 공간에서 사용자와 공급자가 모두 윈-윈 하는 구조가 4차 산업혁명이다.

‘가정의 달’이 얼떨결에 스쳐 지나갔다. 이런 와중에도 가족의 의미를 차분히 짚어볼 기회가 주어진 건 다행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굳게 믿을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웠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가족관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혼인과 혈연으로 엮어진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시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느슨해지고 변할 수밖에 없다.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 혹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다. 가족은 더더욱 소중하며, 힘들 때 늘 함께해줘 고마운 존재다. 이 세상 어디에도 가족보다 더 귀하고 값진 재산은 없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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