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놀이하듯 따라하면 ‘술술’… 혁신적 영어교육모델 평가
[교육]놀이하듯 따라하면 ‘술술’… 혁신적 영어교육모델 평가
  • 정인준
  • 승인 2021.05.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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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형 초등영어교육 ‘다듣영어’
꿈동산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영어 DVD ‘마샤와 곰’을 시청하고 경쟁적으로 손을 들어 단어를 말하고 있다.
꿈동산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영어 DVD ‘마샤와 곰’을 시청하고 경쟁적으로 손을 들어 단어를 말하고 있다.

 

울산형 초등영어교육 ‘다듣영어’는 울산지역 초등교사들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교육적 성과다. 어려운 영어를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듣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다듣영어’는 사회적 자본에 따라 나타나는 교육 격차를 보편적 공교육의 틀 안으로 끌여들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다듣영어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범실시로 그 진가를 확인했고, 올해부터는 확산기에 들어간다. 다듣영어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또 영어교육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저요 저요!” “잇츠 미(It’s me)”

지난달 26일 오후 7시께, 꿈동산지역아동센터(센터장 김재숙·울산 울주군 덕신리) 아이들이 선생님의 호명을 바라며 서로 경쟁하듯 손을 들었다. 6시 40분부터 20분간 시청한 영어 DVD ‘마샤와 곰(Masha & Beer)’에서 들은 영어단어를 말하기 위해서다. 호명된 아이들은 “스케이트, 베어, 슬리핑, 엘리펀트” 등 다양한 단어들을 쏟아냈다. 고학년 학생들은 유창한 발음으로 긴 문장을 말했다. 선생님은 단어를 말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영어 DVD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다.

꿈동산지역아동센터에는 2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이날 14명의 아이들이 ‘마샤와 곰’을 시청했다. 공부방에는 초등 1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까지 학년이 다양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3학년부터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1학년 학생에게는 ‘조기 영어교육’이다.

정연주 교사는 “다듣영어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처음 우려와 달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흥미있어 한다”며 “반복 시청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추리해 듣기 뿐만 아니라 말하기까지 영어실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숙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는 가정형편상 학원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돌봐주고 있다”며 “특히 어려운 영어공부를 지도하는 데 아쉬움이 컸는데, 다듣영어를 통해 이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지역 38개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3월 다듣영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지역 38개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3월 다듣영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취약계층 일수록 커지는 영어교육격차, 보편적 공교육 틀안에서 해소 큰 의의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4월 울산지역 47개 지역아동센터 중 38개 센터와 다듣영어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취약계층일수록 영어교육 격차 발생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다듣영어를 통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교육청은 지역아동센터에 학년별, 주제별 CD나 DVD 등을 제공하고, 전담 교사에게 일정 수당도 지급한다. 꿈동산지역아동센터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마샤와 곰’도 시교육청에 제공받은 DVD 중 하나다.

다듣영어는 학년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해 배울 수 있는 영어공부방법이다. 특히 다듣영어에선 DVD 시청을 중요한 공부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아이의 집중도 향상과 포기를 막기 위해 필요하고 △본격적인 영어듣기 연수를 시작 할 경우 또렷하고 정확하게 영어로 말하는 영상의 등장 인물이 필수적(양질의 콘텐츠)이며 △놀이를 하면서도 흘려듣기 활용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4학년(여)과 7살(남) 남매를 다듣영어로 공부 시키고 있는 민지혜씨는 “아이들이 집중해서 DVD를 시청할 때도 있지만, 놀이를 하며 반복 시청하는 ‘흘려듣기’를 하고 있다”며 “어느 순간 영어에 친숙해지고, 듣기 능력이 일취월장 하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민지혜씨는 지난해 다듣영어 어머니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다듣영어를 미리 알았고, 관심이 있어 참여했는데 학습효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민지혜씨의 아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500시간 가까이 DVD를 통해 다듣영어를 생활화 하고 있다.

◇원어민도 힘든 묵음 듣기는 어떻게?… 다듣 영어교육과정으로 보완

다듣영어는 DVD와 같은 시청각 자료를 통한 교육과 3~6학년 영어교육과정 등 두 가지 갈래로 운영되고 있다. 전혀 영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청각 체험만으로는 100% 습득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 BnB영어학원 한 강사는 “스크립트(Script·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이해와 추리, 공감만으로 100% 듣기만족도를 갖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며 “원어민도 듣기 어려워하는 묵음이나 연음의 경우가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완하는 게 다듣영어 교육과정이다.

민지혜 씨는 “다듣영어를 하면서 아이가 영어 교과서를 국어처럼 받아들여 일상회화를 쉽게 배운다”며 “뿐만 아니라 아이와 다듣영어를 소통하며 더욱 친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지역 38개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3월 다듣영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지역 38개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3월 다듣영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듣기 중심 혁신적 교육모델… 놀기 삼아 공부하면 영어가 술술

시교육청은 다듣영어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울산외국어교육원에 다듣영어 전용 웹페이지(usee.use.go.kr)와 유튜브 채널을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다듣영어 전용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는 영상자료, 인공지능 스피커 활용 자료, 오늘의 클립, 교과서 영어 관련 영상자료, 다듣영어 적용 학습지인 Listen Up 등과 같은 다양하고 유용한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특히 AI스피커를 활용한 공부방법은 다듣영어만의 특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와 인사 나누기, 요일이나 시간, 날씨를 묻는 생활영어와 어휘 공부, 영어 흘려듣기 연습을 위한 표현들과 함께 고급 단계에선 인공지능 스피커와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게임도 할 수 있다.

노옥희 교육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적인 대화나 토론이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영어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겠다“며 ”그 기초인 다듣영어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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