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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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종례. ‘종례를 빨리 마쳐준다.’는 뜻이다. 종례 시간은 담임선생님마다 달라서 1초 만에 끝내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살피고 학교의 전달사항을 알려주는 분도 계신다. 예전에는 종례를 빨리 마친 반 아이들이 아직 종례 중인 반 창문에서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괜히 다른 반 종례하는 데 방해하지 말라고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아이들이 거의 없다. 종례를 마치면 아이들은 복도에 앉거나 벽에 기대서 핸드폰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핸드폰을 정말 많이 사용한다.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비밀 맞추기 게임을 한다.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써 놓으면 누가 쓴 것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질문에는 ‘휴대폰’을 쓴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만큼 그 기능을 다루는 데는 아직 많이 서투르다.

1학기에는 1학년 아이들과 원탁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2명씩 팀을 이룬다. 이후 교과서의 단원별로 3~4팀씩 모여서 각 단원 내용과 실제 삶의 문제를 관련지어 토론 주제를 정한다. 예를 들면 가정 단원으로 토론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서 논의를 통해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논제를 정하는 식이다.

논제를 정하면 각 팀별로 입장을 정하고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도록 했다. 사실 원격 수업에서 토론에 대한 안내 동영상을 제작하고 입론을 제출하도록 했지만, 아이들이 제출한 결과물을 보니 영상을 잘못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실 담당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반마다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자료 검색을 하는 시간을 주고 각 팀별로 도와주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게 하니 그때부터 난리가 났다. 어디서 검색을 해야 하는지, 어떤 단어로 검색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타당성과 객관성이 떨어지는 개인 블로그 등에서 자료를 찾아오는 경우는 그나마 나았다. 자신이 검색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대충 비슷한 것 같으니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나씩 도와줘야 한다. 어떤 자료는 어떤 검색 엔진을 사용해야 하는지, 키워드는 어떻게 입력해야 하는지, 검색 결과에서 내가 필요한 자료를 어떻게 찾는지를 설명하고 어려워하면 같이 해보거나 시범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조금씩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무려 3시간이나 컴퓨터실에서 자료를 찾고 팀별로 검색하는 것을 도와주었지만 무리였다. 결국 다 못한 부분은 오픈 채팅이나 카톡으로 질문하면 도와주기로 했다.

예전에 봤던 기사에서는 현대인이 하루에 약 2천100억 개 남짓한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이 정보량은 20세기 초로 따지면 전 세계인의 평생 정보량과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양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정말 많은 자료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너무 많다. 아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수한 자료 속에서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실인지를 스스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컴퓨터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출처로부터 찾은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보로 조합함으로써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지난주 컴퓨터실에서 아이들과 검색했던 몇 시간의 수업만으로 그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여긴다면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실제로 토론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자료 검색과 입론을 작성하는 기술이 점차 향상되는 것이 보였다.

학교의 교육이 그런 것이 아닐까?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꾸준히 찾다 보면 결국 각자의 바늘을 찾게 되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창규 고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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