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과 출가 그리고 출출가
가출과 출가 그리고 출출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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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생각하고 있던 가출과 출가 그리고 출출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가출(家出)’이란 표현의 보기를 살펴봤다. ‘가출청소년’, ‘가출 소녀’ 등의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형편, 까닭, 환경 등 다양한 사정으로 세속에서 세속으로 떠나는 것이 가출이다.

‘출가(出家)’란 표현의 보기를 찾아봤다. 세속(世俗)에서 승속(僧俗)으로 떠나는 것이 출가다. 석가모니가 스물아홉에 성을 넘어 출가한 유성출가상(踰城出家像)부터 찾을 수 있다.

신라 시대 원효(元曉·617∼686) 스님은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즉 ‘발심하여 수행하는 글’에서 “출가자의 부귀는 군자의 웃음거리”라고 했다. 또한 〈자경문(自警文)〉 즉 ‘스스로 경책하는 글’에서 “애정을 끊고 출가하여” “세속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고 한다.” “만일 출가의 뜻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비록 다시 출가한들 무슨 덕이 있으랴”는 글에서 출가란 단어를 사용했다.

고려 시대 지눌(知訥·1158∼1210) 스님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즉 ‘초발심 학인을 경계하는 글’에서 출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미 출가하여 청정한 대중에 동참하였으니” “만일 도반을 업신여겨 시비를 논설한다면, 이와 같은 출가는 전혀 이익이 없느니라.” 등에서 보듯 두 번이나 사용했다. 다른 한편 속가(俗家)라는 단어도 사용한 것을 보면 출가가 속가의 반대개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당나라 이산(怡山) 스님은 발원문에서 정신출가(正信出家) 즉 ‘바른 신심으로 출가’라고 표현했다. 또, 7세부터 15세까지의 절집 생활을 동진입도(童眞入道)라 하여 출가와 구별했다. 이와 반대로 《치문경훈(緇門警訓)》 〈釋門登科記序(석문등과기서〉에는 십과(十科·역경, 독경 등 전문성)에 참여하지 못한 승려를 ‘우매한 출가심(昧出家心)’으로 비유했다. 정신출가, 우매출가, 입신출가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출출가(出出家)’는 신라의 원효 스님의 실천을 일컫는다. 탈속(脫俗) 즉 세속의 답습(踏襲)에서 벗어난 창작과 변화의 출가로 자유로움을 얻어 진속불이(眞俗不二)를 실천한 것을 말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方丈) 성파(性坡·82) 스님이 출출가에 대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인터뷰 내용을 본보기로 인용한다.

“출출가(出出家)는 단순히 머리 깎고 절로 출가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왜 출가했는가를 되새기며 재발심한다는 뜻입니다. 저로서는 40대 중반 통도사 주지를 마치면서 그런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20대 초반에 월하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통도사로 출가해 20년간 강원(講院)·선원(禪院)을 다니며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시절 인연 때문에 통도사 주지를 살다가 소임을 놓았을 때가 40대 중반이었습니다. 20년 절 생활을 하면서 ‘이 또한 익숙해졌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새 출발을 해 보자 했지요.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란 말이 있지요. 강원과 선원에서 제 나름대로 열심히 소임을 살았으니 이젠 다른 방향으로 만행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성파 스님은 이어 “어떤 만행이었나요?”라는 질문에 “역사적으로 사찰은 건축·토목·공예 등 전통문화를 시작하고 발전시킨 원점입니다. 궁궐 지을 때 목수나 기와, 단청 등의 책임자는 스님이었습니다. 산성(山城) 쌓기, 종이 제조와 인쇄도 모두 스님이 했지요. 그런 전통을 되살려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석문등과기서(釋門登科記序)〉는 “근심하는 바는, 승려가 되어 십과(十科)에 참여하지 못하면 백 년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이다”라는 성현의 경계를 강조하며 끝을 맺는다. 납자(衲子)는 현재 가출과 출가 그리고 출출가 중에서 어느 위치인지를 깨달아 항상 ‘회광반조 조고각하(廻光返照 照顧脚下=’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의미)’ 해야 한다. 분향세발과여생(焚香洗鉢過餘生=‘향 사르고 발우 씻고 남은 생을 보낸다’는 뜻)인데 출가 장부로서 무슨 뜻이 있겠는가?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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