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의 인식이 이런 정도니 한나라당은 선거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만 믿고 생면부지의 인물을 내세워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소속 지방의원들을 총 동원 하다시피 한 것이 누군데 이제 와서 하부조직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가.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가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 것을 보고도 울산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자당(自黨)후보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물론 갑자기 상부에서 결정돼 내려온 후보자가 중앙당 지도부의 집중지원 하에 선거유세를 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치 못했던 일부 지방의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들의 잘잘못을 따져 내년 지방선거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언급한 것은 지극히 졸렬한 짓이다. 일부 지방의원들이 소홀했다 하드라도 오히려 그런 흠집을 덮어주는 것이 중앙당이 할일이다. 국회의원 한 명 선출하는데 실패했다고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 정치현실이 작금의 한국 지방자치제의 실상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한나라당은 차후 지방선거에서도 곤경을 겪는다. 지방의원을 ‘소모품’정도로 여기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시각부터 고치길 권한다. 이번 울산 북구 재선거는 후보공천에서부터 마지막 후보단일화 시도(試圖)까지 한나라당 중앙당 지도부가 실책을 거듭해 패배한 것이다. 죄 없는 지방의원들을 탓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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