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울산 서부권 발전 아우를 ‘허브도서관’ 발전계획 필요”
[교육] “울산 서부권 발전 아우를 ‘허브도서관’ 발전계획 필요”
  • 정인준
  • 승인 2021.05.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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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도서관 개관 30주년4천권으로 시작, 현재 24만여권연간 이용객수 26만명으로 성장북스타트 등 독서문화 장려 앞장
개관 30주년을 맞는 울주도서관은 발전하는 울산 서부권을 아우를 허브도서관으로 역할 정립이 시급하다. 왼쪽 사진은 1991년 10월 11일 개관 당시 모습. 당시 건물과 현재 건물을 비교해 보면 현재 건물 왼쪽편이 2000년 본관 리모델링과 함께 증축됐다.
개관 30주년을 맞는 울주도서관은 발전하는 울산 서부권을 아우를 허브도서관으로 역할 정립이 시급하다. 왼쪽 사진은 1991년 10월 11일 개관 당시 모습. 당시 건물과 현재 건물을 비교해 보면 현재 건물 왼쪽편이 2000년 본관 리모델링과 함께 증축됐다.

 

30년이란 세월은 베어낸 나뭇가지의 하얀 속살이 옹이로 변하는 시간이다. 나무껍질이 쉼 없이 상처를 보듬어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시키는 시간이다. 울주도서관이 이와 같다. 울주도서관은 1991년 10월 개관해 올해 30주년이 됐다. 울주도서관 30년의 흔적을 기록하고, 오늘을 거울삼아, 미래 비전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울주도서관 30년사 발간 작업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업양로 109/주소가 몇 번 바뀌어도/도서관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서책과 사람의/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삼십년 해오고 있다/십 년의 세월을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여정을 겪은 오딧세우스를 보는 마음으로 모든 이가 책으로의 귀환에/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울주도서관이 앞으로 쭉 되길 바란다’ - 김민정씨.

‘울주도서관삼십년 8행시’ 공모 당선작 중 하나다. 울주도서관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아 3가지 기념사업을 하고 있다. 8행시 공모와 울주도서관 30년(史) 발자취 사진전, 울주도서관 30년 이야기가 담긴 기념문집 발행이 그것이다. 8행시 공모는 학생 등 지역주민 73명이 참여해 10여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30년사 발자취 사진전은 현재 도서관 3층에서 전시 중이다. 울주도서관 30년사 기념문집은 다음달쯤 발간 계획인데, 울주도서관은 ‘울주도서관과 나’란 주제로 글을 받아 편찬한다.

◇학생들 공부 자리로, 지역민 사랑방으로

울주도서관은 1991년 10월 11일 개관했다. 당시 울주도서관 개관은 울주 언양읍 지역에 큰 행사였다. 울주도서관은 울산강남교육지원청과 함께 같은 장소에 세워진 번듯한 현대식 건물이었다.

울주도서관은 책 4천권으로 시작했다. 지금처럼 독서실이 많지 않았고 책을 빌려볼 때도 부족했던 시절, 울주도서관은 학생들의 공부장소로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애용됐다. 학생들은 주말이나 여름·겨울방학 때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야 했다. 또 소설을 빌려 보며 순수문학도의 꿈을 키웠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울주도서관장을 지냈던 한복희(60) 현 관장은 당시 에피소드 한 건을 소개했다. 당시 울주도서관은 소방급수를 하던 때라 수도사정이 열악해 화장실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관장과 직원들은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를 찾아가 사정을 호소해 도움을 받았다. 한 관장은 “울주도서관에 상수도시설이 새롭게 개통돼 수돗물이 펑펑 나왔을 때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당시 도움을 준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장과 담당직원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마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30년이 흘러 울주도서관은 올해 1월 기준 서적 24만5천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책, 오디오북 등 디지털 사서 1천800여건이 있다. 디지털 사서는 대부분이 어린이용이지만 시·청각장 장애인들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도록 이용되고 있다.

◇디지로그(digilog) 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

사이버도서관이 생기고 전자책이 발행되며 도서관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초기 도서관이 학생들의 공부자리나 도서출납의 기능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의 도서관은 평생교육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울주도서관은 △이용자 중심 지식정보서비스 강화 △미래를 여는 독서문화 서비스 전개 △삶을 가꾸는 평생학습지원 △배움과 나눔의 독서활동 지원 △마을과 함께 하는 독서공동체(특색사업)이란 큰 틀에서 28개 세부프로그램을 운용한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운용됐던 ‘이동식도서관 사업’이 큰 인기를 끌었다면, 이후 현재까지 ‘북스타트 사업’이 중요히 전개되고 있다.

북스타트 사업은 임신육아부터 청소년기 성장 그리고 노후세대까지 생애주기적 맞춤형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독서문화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신기 태교로 책을 접하고, 유아·청소년기 연령별에 따른 독서·토론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직장인 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독서·인문학 강좌 등이 28개 세부 프로그램에 잘 녹아있다.

울주도서관 임미희 독서문화과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서관을 찾는 고객들은 반토막으로 줄었지만 개인형 삶의 중시로 도서대출은 오히려 늘었다”며 “도서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디지로그(digilog)’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주도서관 연간 이용객수는 26만여명이다. 지난해 이용객은 12만명으로 절반이 넘게 줄었다. 지난해 기준 대출(2만8천735권)·열람(8만1천392권)은 총 11만2천127권으로 예년대비 소폭 줄었다.

스마트도서대출 서비스 장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직원들이 책을 찾아 포장한 뒤 전달했다.
스마트도서대출 서비스 장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직원들이 책을 찾아 포장한 뒤 전달했다.

 

◇규모 협소해 본관 서고 두 곳으로 나눠져

울주도서관은 현재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 서부권 KTX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역세권 개발로 아파트와 울산전시컨벤션센터가 들어섰으며, 최근엔 선바위도시개발 계획에 따라 대규모 인구유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발전하는 도시에 울주도서관은 현재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울산 서부권을 아우를 ‘허브 도서관’으로 도약하는 계획이 아직 수립되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 울주도서관의 시설규모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규모가 협소하다보니 서가도 본관 3층과 뒷편 구 강남교육지원청 지하로 나눠져 있다. 본관에는 문학·사회과학서 등 인기인 있는 책들의 서고가 있고, 뒤편 지하서고는 방습시설을 갖춘 보존서고로 운용되고 있다.

울주도서관은 20년전 한 차례 본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공간을 확장했다. 특히 도서관 건물은 책의 무게 때문에 강화된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열람실도 협소해 서고의 남는 공간에 열람석을 놔 고객들을 맞고 있다.

한복희 관장은 “울산시에는 울산도서관이 대표도서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할 때 발전하는 서부권의 대표도서관으로 울주도서관이 역할을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며 “역세권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중장기적인 울주도서관 발전계획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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