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자료의 계승발전을 기대하며
조류 자료의 계승발전을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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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8∼9일, 울주군 회야강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적색 따오기 1마리를 촬영한 사실을 대구의 조류사진가 전경삼 씨가 전했다. 적색 따오기가 국내에서 관찰된 사례는 2018년 4월 20∼30일 제주시 한경면에서 3개체, 2020년 5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장흥 습지 인근 논에서 1개체가 관찰된 이후 세 번째다. 이 새는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와 열대지역까지 서식지로 삼는 종이다. 간혹 철새도래지로 이동하는 중에 포식자 출현, 사람의 간섭 등 갑작스러운 외부의 영향으로 엉뚱한 환경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이를 ‘길잃은 철새’ 혹은 미조(迷鳥)라 부른다. 무리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따오기의 생태 습성을 참고한다면 이번에 울주에서 관찰된 따오기 종 역시 ‘길잃은 새’로 생각된다.

지난 5월 10일, 울산이 ‘국제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사이트(FNS=Flyway network site)’에 등재된다고 울산시가 밝혔다. 이번 등재는 환경부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이 태화강과 외황강, 회야호, 선암호 등지를 철새이동경로로 인정한 것이다. 비록 세계 150번째, 국내 17번째로 뒤늦긴 해도 그 의미는 각별하다. 등재 구역이 동해안의 강 하천 습지라는 점,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심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조류의 종(種) 다양성에 접근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의미도 된다. 그동안은 서해안 갯벌 중심으로 등재가 이뤄졌다. FNS는 러시아 극동지방과 미국 알래스카에서 동아시아, 동남아를 지나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22개 나라를 지나는 철새 이동 경로다.

지난 5월 13일, 웅촌에 사는 농부 김석암 씨가 한 장의 사진과 “논둑에 오리(?)가 알을 낳고 품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주인공은 흰뺨검둥오리였다. 12개의 알은 앞으로 넓은 웅촌 농경지의 일꾼으로 태어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새의 이동은 기온의 상승·하강에 좌우된다. 여름 철새는 기온이 내려갈 때, 겨울 철새는 기온이 올라갈 때 이동한다. 여름 철새는 대부분 기온이 적당하고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남쪽으로 이동한다. 울산에서 겨울을 보낸 떼까마귀는 백로가 울산을 찾기 전에 북쪽 번식지로 떠난다. 계속 머물면 더위에 적응하지 못해 죽기 때문이다. 매년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반복 행동은 생존을 위한 계승·발전적 서식지 이동이다. 철새로 분류되다 텃새로 인정되는 경우의 하나는 번식 때문으로, 흰뺨검둥오리가 본보기 사례다. 텃새가 생태환경 훼손 등의 영향으로 철새가 되는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자 ‘학(鶴)’으로 적는 울산의 새 ‘두루미’다.

5월 14일 ‘울산, 국제 철새도시로 공인’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울산지역 아침신문 1, 2면을 장식했다. 관심이 큰 만큼 모두 읽었다. 5월 10일에는 철새도시 인증에 따른 바람직한 행보를 제언한 지역 언론사의 사설을 읽었다. 사설의 핵심은 생태도시 성공스토리를 담아낼 자료관의 필요성과 태화강방문자센터, 태화강생태관, 철새홍보관의 통합적 운영에 대한 제언이었다. 매우 사려 깊고 시의적절한 제언으로 본다. 필자의 평소 생각과 맥을 같이해서 반복해서 읽었다. 조류 조사자료의 축적과 계승·발전은 중요하다. 2013년, FNS 등재에 실패한 지 7년 만의 재도전 끝에 등재된 경험에서 알 수 있다. FNS 등재 인증서 수여 행사는 약 50분으로 족했다. 하지만 그 자료는 수십 년 현장 노력의 결실이었다. 모두 귀 기울여 듣고 실천으로 확대·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치의 재인식을 통한 조류 자료의 계승·발전을 기대한다.

김성수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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