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폐박람회(WMF), 10월에 울산서 꼭 열 겁니다”
“국제화폐박람회(WMF), 10월에 울산서 꼭 열 겁니다”
  • 김정주
  • 승인 2021.05.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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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하이민트(주)’ 대표 겸 ‘하이페리온 골드(주)’ 부사장
김용현 ‘하이민트(주)’ 대표 겸 ‘하이페리온 골드(주)’ 부사장.
김용현 ‘하이민트(주)’ 대표 겸 ‘하이페리온 골드(주)’ 부사장.

하이페리온은 로마신화 속 ‘태양신’

“요즘 뭐 하십니까?” “금은방 합니다.”

간단한 안부 인사치고는 가장 무난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파고들면 설명이 길어진다. 회사명, 사업내용 모두가 그렇다.

‘울산광역시 남구 대학로 58(중앙농협 무거지점 건물) 2층’에 둥지를 튼 ‘하이페리온 골드(주)’. 3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주화(鑄貨) 수집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일반인에겐 낯선 이름일 수밖에 없다. 편의상 ‘주화 수입·판매 업체’로 알고 시작하자.

김용현 하이페리온 골드(Hyperion Gold)(주) 부사장(Vice President) 겸 ‘하이민트(주)’ 대표(51). 울산과학대 서부캠퍼스가 내려다보이는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회사의 법적 대표는 동갑내기 부인 이소영 여사(51). 하지만 한동안 그 이름은 김 대표에게 세계를 누비게 만든 애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처음엔 ‘하이페리온 불리온(Hyperion Bullion)’이란 명함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그때가 2011년이니 꼭 10년 전이다. ‘하이페리온 골드(주)’란 이름으로 법인 체제를 갖춘 때는 다시 2년 후인 2013년의 일. 회사명에 나오는 ‘하이페리온(Hyperion)’은 그리스신화 속의 거대한 신(神 ) 티탄족의 하나라지만 김 대표는 로마신화 속의 ‘태양신’으로 해석하기를 즐긴다.

四神圖 금·은화에 한글 ‘청룡’ 새겨 넣어

2021년 현시점의 거래망은 비교적 탄탄하다. 세계적 인기 주화의 해외수입 거래선은 ‘공신력 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각국의 중앙은행 또는 조폐국(Mint)’과 관계가 밀접한 업체들. 열심히 하다 보니 독일(Geiger Edelmetalle), 러시아(VTB Bank), 미국(Scottsdale Mint), 멕시코(Banco de Mexico), 호주(Perth Mint), 뉴질랜드(New Zealand Mint), 남아공(South African Mint)에까지 가지를 뻗쳤다.

그렇다고 수입에만 치중하지는 않는다. 자체제작에도 나섰고, 작년에는 출시까지 했다. 울산 국보의 하나인 ‘천천리 각석’의 이미지를 살린 기념주화가 바로 그것. ‘학계 보고 50주년’인 지난해에 제작·보급했다.

바로 이 기념주화에 무언가가 있다. 한글이 새겨진 기념주화! “외국 문자만 넣다가 우리 한글도 넣었다는 데 의미가 있죠.” 실제로 보니 ‘천전리’란 한글 새김이 선명하다. 하지만 한글 각인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2월, 고구려벽화 사신도(四神圖)가 들어간 금화(100개)와 은화(1만 개)에 한글 ‘청룡’을 새겨 넣은 것이 그 효시.

이 ‘청룡’ 금·은화 제품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숨어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그 틈새를 비집고 자리 잡은 것. “당시의 가치는 천분의 일밖에 안 됐지만, 암호화폐를 새긴 건 아마 처음일 겁니다. 수집가들 사이에 난리가 났었죠.”

기회가 오면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기백을 살려 한글 ‘백호’가 새겨진 주화도 발행할 참이다. 그땐 또 다른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집어넣을 계획. 수집가들이 ‘내 손 안의 암호화폐’에 환호하는 모습을 이미 눈여겨본 터여서 더욱 그렇다.

2018년 8월 23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들.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여성이 글로리아 밤 당시 주한 남아공 대사.
2018년 8월 23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들.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여성이 글로리아 밤 당시 주한 남아공 대사.

 

영국 업체, ‘기술·시설 울주군 이전’ 의향

‘천전리 각석 50주년 기념주화’는 울주군과의 협업이 낳은 합작품. 이 사업을 인연으로 울주군과의 소통은 올해도 계속된다. ‘영남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를 제작·보급하기로 한 일이 그것. 영남알프스 9봉 완등자에게 증정할 은화는 1차로 1만 개를 만들어 7월까지 납품할 계획이다. “두고 보세요, 인기가 대단할 테니.” 순간 김 대표의 눈에서 강렬한 은빛이 번뜩였다.

순도 99.9%의 순은(純銀) 은화에는 ‘가지산 (쌀바위)’·‘철쭉군락지’의 천연색 문양과 함께 한글과 영어 글씨가 동시에 들어간다. 앞서 울주군은 4월 11일자 보도자료에서 “영국령 지브롤터의 국장(國章)을 새겨 넣어 기념 은화의 가치를 살렸다”고 밝히기도.

이 대목에서 김 대표가 솔깃한 소식을 들려준다. “영국 제작업체가 한국 진출을 희망하더군요. 울주군에 기술과 시설을 모두 이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군(郡)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의 꿈 ‘WMF in Ulsan’ 개최

누구나 그렇듯 김 대표에게도 부푼 꿈이 있다. ‘하이페리온 골드가 주관하는 국제화폐박람회(World Money Fair=WMF)’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여는 일이 그것.

그러나 차질이 생겼다. 컨벤션센터는 4월 29일 예정대로 문을 열었지만 길어진 코로나19 사태가 WMF 개최에 걸림돌이 되고 만 것. “시와 충분히 협의했지만, 코로나 예산 증액으로 WMF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고 해요.”

그러나 김 대표의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없다. 힘겹더라도 ‘10월 개최’를 반드시 밀어붙이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지난해 10월 ‘하이민트(주)’를 따로 설립한 것도 실은 ‘WMF in Ulsan’ 개최를 겨냥한 것. 이를 위해 해외·디자인·영업을 담당할 울산대 출신 인재를 3명이나 새로 뽑기도 했다.

김 대표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기념주화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입히는 것. 천전리각석에 이어 울산의 국보 반구대암각화를 새겨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당장은 한류(韓流)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남녀 K-pop 그룹에 주목한다. 이름만 대면 금방 알만한 그룹 멤버들의 모습을 주화에 등장시키는 것.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도 김 대표의 구상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이다.

그는 학생 때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을 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받침 문화’에 눈길을 돌린다. “그래서 생각했죠. 주화라고 꼭 둥글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이번엔 사각형으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초상권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시제품까지 선보일 수 있는 시점이지만 아직 공개는 하지 못한다. 계약에 그런 내용도 들어있기 때문.

“사업 망해도 아내만은 곁을 지켰죠”

뒤늦게 붙인 취미는 골프. 필드에 나가려면 연습을 좀 더 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놨다. “지금까지 바빴고, 사는 게 힘들기도 했죠. ‘지금까지 공 안 배우고 뭐 했나?’ 소리 많이 들었지만 부끄럽진 않아요.”

한양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부산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부인 이소영 여사와는 연애결혼한 사이. 2003년 취미동호회에서 만나 2006년에 결혼했고, 둘 사이에는 39세에 낳은 늦둥이 아들 하나가 있다. 아내에 대한 애정이 지극함을 말한다. “사업 망하고 나니 다들 돌아서는데도 아내는 끝까지 옆자리를 지켜줘서 너무 감사했죠.”

그동안 참 어려운 길을 걸었다. 2008년 울산에 ‘백수’로 와서 허름한 임대아파트에서 버틴 적도 있다. 흔히 ‘가시밭길’이라 하지만, 김 대표에게는 현실이 그랬다.

얼마 전까지 한 5년간은 버는 돈 없이 나가는 일만 생겼다. 그래서 들리는 소리가 ‘사기꾼’이었고, 이 소리가 들기 싫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였다. 주한 남아공 대사를 초청한 가운데 울산 롯데호텔에서….

또 다른 취미는 세계 각국의 주화를 수집하는 일. 개인 소장품이 대전 화폐박물관 소장품보다 더 많다고 했다. 그래서 또 하나의 꿈을 꾸는 중이다. 바로 ‘화폐박물관’을 짓는 일이다.

“미국, 중국에서는 생기는 곳마다 잘 되고 있어요. 우리도 서둘러야 합니다. 화폐박람회든 화폐박물관이든 ‘비철금속의 메카’인 울산에서 해야 격에 어울립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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