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재세간(佛法在世間)
불법재세간(佛法在世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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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축총림 통도사 성파(性坡·현 方丈)·백성(白性·전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두 수행자를 뵙고 있다. 수행자는 옻칠기법 작가, 사찰학춤 무용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1년 4월 21일 오후 3시경, 통도사 산내 암자인 서운암 경내 장경각 앞 도량에서 국보인 두 바위그림(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작품을 물에 담그는 작업이 진행됐다. 성파 스님이 2017년부터 옻칠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의 크기는 암각화가 세로 4.3m, 가로 6.7m, 각석이 세로 3m, 가로 9m. 경주국립박물관 자료를 참고했다는 것이 작가의 변이다.

성파 스님이 작품 제작과 전시 이유를 밝혔다. “우리 국보 반구대·천전리 암각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 문화유산 감인데도 유네스코 등재가 아직도 안 돼 안타깝습니다. 이 훌륭한 선사시대 유물을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계만방에 널리 알렸으면 하는 것이 저의 뜻입니다.” “암각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림입니다. 그 안에 담긴 현대적 감각이 대단합니다. 현재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훌륭한 그림을 7천 년 당겨 현시대로 가져와 많은 민족이 재해석·재음미·재인식하길 바랍니다.”

마침 그날 아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울산 암각화를 왜 양산에서 합니까?” 다소 흥분된 어조였다. 듣고 보니 황당했다. 필자는 숨을 고른 후 대답했다. “울산이 어디 있고, 양산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나라 것인데. 관심과 실천이 중심이고, 그래서 양산에서 스님이 하신 것이지요.” 상대는 말문이 막혔는지 “울산은 뭐 하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작품은 4월 24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 5월 3일 오후 송철호 울산시장이 통도사를 찾았다. 성파 스님의 안내로 옻칠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두 분의 대화 일부를 인용한다. “△송 시장= 감히 말씀을 못 꺼냈습니다만, 우리 울산에서도 전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파 스님= 울산사람들, 참 관심 많습디다. ‘3년 공들인 우리 울산 거, 와 양산에 갖다 놓았나?’ 그렇게 말합디다. △송 시장= 유네스코 등재 준비 책자 만들 때 이게 꼭 들어가야겠습니다. △성파 스님= 여러 나라말로 번역돼 인터넷으로 세계에 다 나갔으니까 유네스코 등재에 촉진제가 될 겁니다.”

2002년 2월 20일, 백성 스님은 《동국여지승람》의 경주부 고적 조를 바탕으로 제1회 ‘전화앵예술제’를 열었고 이를 시작으로 해마다 예술제를 주최하고 있다. 2010년 1월 4일, 울산 모 일간지에 전화앵제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전화앵에 대한 지역의 정체성 인식도 적잖은 결함을 갖고 있다. 백 보 양보해서 전화앵이 신라에 절개를 지킨 명기였고, 활천리 고분도 그녀의 무덤이라고 치자. 그러면 그녀와 울산은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 것일까. 단지 묘가 울산에 있을 뿐이다. 전화행이 지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요. 활동무대가 울산이었던 것도 아니다. 신라 사람이었고, 경주 기생이었다.”

혜능 스님은 《육조단경》을 통해 ‘불법재세간’(佛法在世間)이라 했다. 이 말은 ‘불법은 세간에 있다’ 즉 세상일과 함께한다는 뜻이다. 수행자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것이 늘 지닌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두 스님은 울산 문화에 대한 관심을 결과물의 홍보로 실천하고 있다. 성파 스님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옻칠기법으로 3년을 수행했다. 백성 스님은 신라 여성 예인을 시대적 문화로 활용하는 수행을 20년째 하고 있다.

두 수행자의 시대적 사회 참여 활동은 건강한 모델의 수행이며, 시대적 수행 면에서 승속(僧俗) 모두에게 거울 같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두 스님은 통도사 방장과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노천 월하(老天 月下) 스님 문중의 사형사제지간이다. 두 스님의 진취적인 수행 활동이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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